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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의 온도
- do not disturb
- off limits
1
김희철이 결혼해도 방 따로 있어야 된다고 얘기할때 게임방? 하고 웃었던 박정수 왜케 배그 집착 게임중독 인간 됐냐곸ㅋㅋㅋㅋ 요즘 같으면 게임 안 풀린 날 분해서 잠 못자다가 새벽에 김치찌개 돼지고기 몰래 주워먹는 것마냥 희 겜방 깜깜한 데서 모니터 불빛 반짝이면서 토독거리고 있을 것 가틈
야 너 뭐하냐
..한 판만 더 하께..ㅠㅠ..
2
멤버들 바글바글한 옛날 영상 보면서 콕 집어서 와 정수 예쁜 거 봐 완전 애기다 하는 김희철이랑
자기보다 다섯 살 많은 형한테 앞머리 자르니까 스무살 때 같다고 나이 절반 퉁쳐주는 조규현...
사실상 주변에서 열 살 빼쟈 구냥~~ 하던 거 다 들어주고 있었던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시골 순경 이동해랑 좌천돼서 내려온 검사 박정수 보고 싶다
자전거 타고 동네 돌아다니면서 감 따주고 고양이 구출시켜주고 아이고 영감님 이런 일 있으면 저희 시키시라니까요 넘어져서 다치시면 큰일 나요~ 하고 다니는 잘생긴 젊은 총각 동해
정수는 검찰조직 비리에 연루돼서 제대로 큰 건 땡겨보기도 전에 희생양으로 불길에 내던져진 거라 복수심에 불타면서 빨리 서울로 돌아가서 억울함 해소할 생각 뿐이라 이 구질구질한 시골 바닥에 오래 정 붙이고 살 마음 전혀 없는데.. 동해는 오랜만에 온 자기 또래 검사님이 심지어 예쁘고 멋있기까지 하니까 너무 좋은 거야
자꾸 쫄쫄 쫓아다니면서 검사님 검사님 박 영감님이 귤 한 박스 선물해주셨는데 저랑 반띵.. 아 아니 절반 나눠 드릴까요? 하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시골 경찰이랑 예민하고 틈도 안 내주는 것 같은데 어딘가 어설퍼서 서투른 시골 생활에 도움을 받게 되는 허당 엘리트 ㅂㄱㅅㄷ
4
나는 방송부 부장 밴드부 부장이라서 맨날 자기 취향 하드락 틀어 달라고 조르러 오는 김희철 상대하는 정수 보면서 다들 이상한 사람이라고 부장 선배가 고생이 많다 생각하는데 부원들 오가는 방송실 부스 안 문 뒤에서 붙어 먹는 희특 이런 거 보고 싶다...
부스 안에서 음향 점검하는 정수 얼굴 구경하다 키스만 하기로 했는데 물고 빨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손바닥 밀어넣고 허리 움찔거리게 더듬고 쓸어내리는 김희철이랑 그거 안 밀어내는 박정수라서 숨 거칠어질 때쯤 사람들 들어오면 좋겟다
방송실 부스에 유리창 크게 나있으니까 까딱하면 보일 각도라서 문 바로 뒤에 몸 딱 붙이고 있으면서도 손은 바지 속으로 들어가고 있고.. 문 너머에서 후배들 말소리 들리는채로 키스하는 희특.. 오늘은 그 선배 안 왔대? 하면서 희철이 얘기 나오면 놀라서 혀 깨물었다가 눈 마주치고 웃으면 좋겟다
부장이 싫어하는것 같은데 왜 자꾸 와서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희철이 욕 투덜거리는.. 그 이상한선배랑 친하지도 않은것같던 부장선배랑 붙어먹을줄은 상상도 못하는 후배들 말 들으면서 속닥거리면서 키스해줘
H 나갈때까지 기다릴까?
T 쟤네 점심시간 끝나야 갈걸
H 모르겠다 시발 그냥 하자..
5
연생 때 각인돼서 박정수 끼고 도는 김희철 너무 좋은데.. 본인들은 아무 감정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우연히 각인되어 버려서 열성이라 무딘 박정수한테 자기 페로몬 덮어서 술자리 데리고 다니고 평소에도 눈이 밟혀서 유난스럽게 챙기던 김희철.. 연애하듯 섬세한건 아닌데 툭툭 챙기는 느낌이 넘 조음
그랬는데 지금은 우성 오메가로 재발현한 이특<- 이런 느낌이라고
열성일 때는 페로몬이 완벽하게 자기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아서 그거 챙기는 게 김희철 일이었는데 지금은 우성이라 김희철 도움이 필요 없어짐... 까지 의식의 흐름 흘러 가다가 앗 또 너무 구남친 감성이다 생각함
굳이 연애까지 하지 않은 사이여도 더이상 자기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박정수 보면서 괜히 친구 잃은 기분이라 서운함 느끼다가 20년 만에 드디어 자각하는 김희철도 조음
근데 이미 각인부터 된 지 오래인 사이라 ㅋㅋㅋㅋ 정수 앞에서 새삼스럽게 설레고 어떻게 대해야 될지 몰라 하고 이런 20년 만에 첫사랑 하는 것 같은 감정 조금씩 느껴져서.. 김희철은 티 안 내려고 애써 노력하는데도 쟤가 갑자기 왜 저래..? 생각하는 정수
생각해보니까 자기가 우성으로 재발현 하고 난 이후부터 그러는 것 같아서 확실히 열성보다 우성이 그런 매력이나 어필이 크겠지.. 하고 틀린 방향으로 생각하다가 -너 나랑 자고 싶은 거야? 물어보면 좋겠다
자고 싶냐고 물어 보면 그건 맞으니까 어 했더니 그럼 잘래? 하길래 그래 함. 막연히 자기가 느끼는 걸 정수도 느끼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난 다음에야 -원래 알던 사이에도 우성이 되면 섹스어필이 더 커지는구나.. 하는 말 듣고 정수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 김희철
뒤늦게 아 존나 박정수... 하는데 벌써 자고 싶은 거 맞다고 대답하고 섹스까지 한 다음이라 이미 한참 늦음. 그렇게 꼬여서 각인은 20년 전에 됐으면서 제대로 된 시작까지 한참 돌아가는 우당탕탕 희특 연애 보고 싶ㄷㅏ
분명 아무 감정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하는데 각인된 알파오메가라 사이클 때마다 상대방 어렴풋이 생각나는 거 넘 조은 것 같아.. 그러다가 처음 자고 난 다음부터는 각인 상대의 섹슈얼한 페로몬에 완벽하게 노출되어 본 후라서 뚜렷하게 한 사람 생각밖에 안 나서 미칠 것 같은 거..
숨막히는 입시 버티던 정수 앞에 뚝 떨어져서 나란히 교복 입고 다니다가 어차피 평생도 아닌데 착실하게 다님 뭐하냐고 꼬드겨서 담 넘다 걸리고 혼난 (다른차원에선) 황태자 희.. 처럼 다른 시공간에서 뚝 떨어진 김희철한테 휴대폰 쓰는 법 대충 가르쳐놓고 학교 갔더니 저렇게 연락 오면 좋겠다
영상 통화라는 게 있다는 거 알고는 여긴 좋은 세상이라고 신나할 것 같곸ㅋㅋ 자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 좀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휴대폰 게임에 빠져서 자기 들어와도 제대로 안 쳐다봐주면 내심 서운해지는 정수도 귀여울 것 같고..
옆에서 기웃기웃 희철아 나 왔는데..? 산책 가자고 안 해..? 하면 어 유튜브에서 봤는데 주인 기다리고 있다가 나가자고 조르는거 강아지들이 하는 짓이더라 하는 희ㅋㅋㅋㅋㅋ 씨이 동영상 보는 법 괜히 알려줬다ㅠ 하다가 그럼 데이트 갈까? 하면 게임하던 폰 내려 놓으면서 …데이트? 하는 희
몬가 김희철 다른 세상에서 넘어 와서도 21세기 대한민국에 금방금방 적응할 것 같음 티비 인터넷 활용해서ㅋㅋㅋㅋ 같이 나가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슬쩍슬쩍 손 잡고 깍지 끼면서 네가 데이트라며? 하면 정수도 할 말 없자나..
현실의 존재가 아니라서 익명 게시판처럼 회사에서 힘들고 짜증났던 얘기 다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정수가 하는 이야기의 80프로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 못하지만 그렇게 한참 이야기하고 나면 정수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서 그냥 들어주고 있는 김희철
다른 시공간에서 넘어온 김희철한테 이 세상의 전부는 박정수인게 너무 좋음ㅠㅠ
근데 막상 갑작스럽게 돌아가게 되면 오히려 박정수가 더 흔들리는 것도 좋아.. 함께 지낸게 얼마나 됐다고 빈집 들어갈 때마다 허전해지다가 반대로 정수가 희 세계로 넘어가면 담담한척 나도 그냥 여기서 살면 좋겟다 하는 정수..
처음 봤을 때 소파에서 지내라고 했었는데 원래 정수 집만한 침대에서 자는 김희철.. 주말에 볶음밥 같은 거 뚝딱 해놓고 아무나 해주는 거 아니라고 큰소리쳤는데 20첩 반상 받는 김희철.. 길거리에서 파는 장난감 피규어 사달라는 거 돈 아깝다고 단호하게 혼냈는데 금은보화가 발에 채이는 김희철..
다 늘어난 전남친 추리닝이나 과티 맞췄다가 처치곤란된 동물 잠옷 같은 거 대충 던져줬었는데 손 대기 무서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옷 걸치고 다니는 김희철.. 이런 거 볼 때마다 헉 그동안 한 짓 여기에 알려지면 나 잡혀가는 거 아닐까 생각하는 정수 넘 기엽겠다ㅠ
이렇게 다 가진 김희철이 박정수한테 약한 게 너무 조음 (꾸준한 취향..ㅠ) 수행원 한 스무 명씩 달고 다니다가 으리으리한 분위기에 쫄아서 눈치 보고 숨어 있던 정수 발견하면 정수야! 하고 쫓아 오고.. 황태자한테 흠 하나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수많은 사람들 옆에 두고도 정수는 괜찮은지 챙기고..
근데 원래 사람을 살갑게 챙기고 걱정하고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 달라진 모습 보고 주변에서 다들 저쪽 세계에서 황태자님이 저 남자한테 엄청 큰 은혜를 입었나보다 수군수군 하면 좋겟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보은하겠다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잘해주고 모시니까 본인이 했던 거 생각나서 찔리는 정수
안 그래도 처음 보는 것 투성이인 세상에 동네 백수 친구 같았던 김희철은 황태자라고 떠받들어지고 있고.. 처음에는 너무 혼란스러운데 정작 그 상황의 중심에 있는 김희철은 자기 집에서 뒹굴고 있을 때랑 똑같이 자기한테 약하고 말랑하게 구니까 점점 익숙해지면 좋겠어
놀리고 장난치다가 주변에서 묘한 눈으로 보는 거 느껴지면 ㅎㅎㅎ..한 얼굴로 희철이 쳐다봄 그럼 수행원들 다 물리고 둘만 있게 하는 희.. 정수 첨엔 나 잡혀가면 어떡하지 좀 진지하게 걱정했는데 희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란거 안 후론 농담처럼 이러다 나 진짜 감옥 가는거 아니야? 하면서 웃을듯
역시 전생 연결된 후회공 더해도 좋을 것 같다 ㅠ_ㅠ 전생에 폭군이었던 희가 충언하던 정수 자기 손으로 죽였는데 이번생에도 그 기억이 남아있어서 계속 악몽 꾸면서 괴로워 하던 거.. 정확한 상황은 기억 안 나는데 이상하게 꿈속에서 자기 손에 정수 피 묻힐 때마다 애틋하고 절절하게 마음이 아픔
내가 정말 아끼던 사람을 내손으로 죽였나보다 생각하면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정수세계로 뚝 떨어진 거.. 처음 보자마자 꿈속의 그남자라서 이상하게 마음쓰이고 잘해주고 싶고.. 심지어 낯선 세상에서 김희철이 아는 전부는 박정수고.. 집에서 정수만 기다리고 갑자기 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그렇게 옆에 있을수록 전생의 기억이 조금씩 퍼즐 맞추듯 돌아오면 좋겠다ㅠ 자기가 정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사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뒤늦게 얼마나 괴롭게 후회했는지까지 너무 선명하게..
그래서 정수가 아무 생각 없이 농담으로 나 이러다 진짜 감옥 가는 거 아니야? 황태자한테 함부로 굴었다고 죽이면 어떡하지? 이런 말 할 때마다 심장 철렁하는 희.. 분위기에 안 맞게 갑자기 먹먹한 눈으로 내가 있는데 누가 감히 너한테 그럴 수 있냐고 하면 머쓱해져서 모야 농담인뎅.. 하는 정수
처음에는 기억이 완전하지 않아서 전생이랑 상관 없이 그냥 박정수 자체로도 신경 쓰이고 잘해주고 싶은 존재였는데 전생에 자기가 한 일들 기억하고 나면 완전히 박정수한테 묶여 버리는 김희철..
근데 알 때랑 모를 때랑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박정수한테 김희철은 계속 처음 봤을 때처럼 좀 이상하고 정수가 세상의 전부처럼 굴던 존재 그대로면 좋겠다 정수는 계속 희가 무슨 생각 하는지 자기들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그냥 김희철이 자기한테 좀 약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좋겠어
우연히 개냥이 한 마리 주웠으니까 나밖에 모르는 애 내가 책임져야지< 이런 맘으로 자기가 희를 엄청 받아주고 산다고 생갇하는데 알고 보면 정수한테 조금이라도 나쁘게 말하거나 부정적인 생각 품은 사람들 다 뒤에서 몰래 죽여 버리는 김희철...
모두에게 무자비한 폭군이라서 후회공 됐다가 박정수한테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박정수를 제외한 세상에 무정해져서 결국 다시 폭군이 되는 김희철.. 김희철이 자길 위해서 피로 만든 낙원에서 혼자만 그 사실을 모른 채 하얗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박정수..
커피 안 마시는 카페 알바생 규 × 술 안 마시는 호프집 알바생 졍수 귀엽겠다
졍수 일하는 호프집 앞 프랜차이즈 카페에 새로 들어온 알바생 규. 술 마신 사람들이 2차처럼 들렀다 가기도 하고 첫차 기다리기도 하고 술 깰 때까지 잠깐 앉았다 가기도 하는 뭐 그런 카페.. 규혀닌 낮 타임 알바라 한번도 본 적 없다가 저녁 알바 부탁으로 순서 바꿔준 날 처음 마주치는거 보고싶다
오픈 준비하느라 가게 앞 왔다갔다 하는 졍수한테 다가오더니 "저기여.. 커피 드실 줄 아세요?" 하는 규
좋아하냐는 것도 아니고 마시러 가자는 것도 아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라 이상하긴 한데 못 마시는 건 아니니까.. 아니 근데 이거 작업 거는 게 맞나? 물음표 떠오르는 졍수
얼굴이랑 몸 보고 쫌 어린 게 흠이긴 한데... 생각하다가 네 햇는데
아 다행이다 ㅠㅠ 제가 커피를 못 마시는데 아까 사장님이 신메뉴 레시피 설명해줄 때 잠깐 딴 생각을 햇거든여.. 그랬더니 이게 맛이 괜찮은 건지 확인을 할 수가 없어서 ㅠㅠ
규구절절 하는 말 듣고 괜히 쪼끔 실망함..
그렇게 커피 맛 모르고 음료 만드는 규현이 옆에서 본인도 별로 조아하지 않는 커피 대신 마셔주는 거.. 규현인 알지도 못하는 맛 설명 거창하게 하는 것도 귀여울 것 같고ㅋㅋ 카페인 때매 눈 말똥말똥해서 뒤척이고 있으면
형 안 자요?
너 때문이잖아
그럼 내가 책임질까요?
이런 거 보고 싶었다..
정수 원래 호프집 알바 끝나면 일찍 곯아떨어졌을것 같은데.. 이제는 카페인 때문에 뒤척이다가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팔팔한 연하 때문에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
오후 다 돼서야 일어나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앉아선 너 때문에 피곤해죽겠다고 이제 대신 안 마셔줄거라고 투덜투덜하는 정수
그치만
나는 커피를 마시질 못하는데? 맛을 못 봐서 레시피를 연습 못하면 손님들한테 컴플레인이 쏟아질거고 그럼 알바를 잘릴거고 학비를 못 내면 대학도 못 다니고... 그렇게 할 줄 아는 거 없이 나이만 먹은 인생이 되는 거지.. 그때 가면 형은 나를 쳐다도 안 보겠지? 지금도 이렇게 외면하는데😢 극단적 비관 쏟아내면서 순진무구한 불쌍한 얼굴 하면 정수 또 마음 약해져서 대신 마셔주고 다음날 아침이면 후회할 밤 매번 반복하게 되는 그런 거
8
희특은 그거... 한참 의천도룡기 빠져있을때 집에 놀러온 정수. 농진호 왔을 때처럼 신나게 설명해주는데 정수는 별로 흥미없으니까 적당히 대꾸하면서 휴대폰만 보다말다 하는게 느껴짐.. 김희철 몰입해서 보려다가도 다른 사람 아니고 박정수가 그러고 있으니까 자꾸 신경쓰여서 옴짝달싹하다가 결국 야 딴거 볼래? 하고 본인 취향도 아닌 로맨스 영화 적당히 골라서 틀어줌. 그런데도 제대로 쳐다도 안 보고 휴대폰만 보다말다 하고 기복이 공이나 던져주고 있는거.. 급기야 뭐지 얘 기분안좋은가? 내가 뭐 잘못한거 있나?(근데 따지고 들려고 하면 또 한두개가 아닌것 같아서 죽겠음)싶어지는 김희철
재미 없냐? 너 보고 싶은 거 딴 거 봐.. 하면서 리모콘 넘겨 주려는데 박정수 그제야 휴대폰 뒤집어 내려놓으면서 돌아보는 거
희철아 계속 영화만 볼 거야?
어? 아니 야... 다른거 볼.. 아니 딴거 하까? 눈 굴러가는 소리 다 들리는 김희철ㅋㅋ
띠리릭 티비 꺼지는 소리 들리는 동시에 정수가 허벅지에 올라와서 목에 팔 감으면서 너는 이 시간에 나랑 영화나 보고 있고 싶어? 하고 키스하면 일단 손은 자연스럽게 옷 속으로 들어가서 허리 쓸어내리고 있는데 스물두살 때 '넌 디비디 방에 디비디 보러 왔니?' 화내는 누나 말 들으면서 (ㅅㅂ 그럼 디비디 방에 디비디 보러 오지 아니면 왜 와ㅡㅡ)Oo 생각했던 본인 떠올라서 기시감 느껴지는 거ㅋㅋㅋㅋ
여전히 김희철은 본인의 게임 만화 어쩌구가 더 중요해서 롤드컵 있는 날 애인이 만나자고 하면 "야 다른 날 만나 그날만 날이냐?" 하고 연애를 하겠단 건지 말겠단 건지 모를 사람처럼 굴 것 같은데ㅋㅋ 일단 박정수 눈치는 엄청 봐서..
정수가 그런 중요한 날.. 만나자고 하면 엄청 고뇌(?)하다가 "야 나 그날 엄청 중요한 경기 있는데.. 집에서 딱 그거 하나만 같이 보면 안 되냐? 내가 맛깔나게 해설해줄게" 하고 정수가 기가 차고 어이 없어할 소리 하면서도 신경은 엄청 쓸 것 같음
그리고 오히려 정수 쪽에서ㅋㅋㅋㅋ 뭐 그날 못 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날만 날인 것도 아닌데 그냥 너 일 봐~ 하고 무덤덤하면 김희철 아씨 어떻게 해야 되지 하면서 머리 다 쥐어 뜯을 것 같음
뭔가 정수라고 해도 그런 중요한.. 일을 기꺼이 흔쾌히 포기하진 못할 것 같은데ㅋㅋ 정수한테는 엄청 고민하고 신경쓰고.. 결국 그날 못 만나고 지나가고 나면 나중에 정수는 한두 번 아닌 일이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다 까먹었을 때까지도 엄청 눈치 볼 것 같은.. 그런 느낌..
30대 쯤 되니 현관문 닫히기도 전에 급하게 붙어먹는 맛은 없어졌지만 가끔씩 손가락 까딱하기 힘든 상태 될 때까지 불 붙는 희특 보고싶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집 밖에 왜 나가? 이런 느낌
그리고 서른일곱이나 됐지만 그런 연애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끔 타이밍 못 읽고 엌..? 되는 연애바보 김희철
연애 바보 김희철 약간 역키잡의 맛...
그 나이 먹고도 스킨십 분위기 눈치 못 챌 때가 많은데 박정수 눈치는 쓸데 없이 많이 봐서... 텐션을 읽어서가 아니라 정수가 이럴 때는 키스해야 되던데 저러면 하고 싶다는 뜻이던데 같은 식으로 학습된 반응으로 움직이는 거 보고 싶다ㅋㅋㅠ
여전히 그럴 때 왜 그런 분위기가 되는지는 이해 못하는.. 현실연애와 거리가 먼 더쿠적 감성.. 근데 정수가 기분 상해 하는 것 같은 건 엄청엄청 신경써서 다른 사람이었음 뭐하냐? 하고 민망하게 만들었을 상황을 정수한테는 눈치껏 그대로 받아주다 보니 걍 자기도 모르게 학습되어 버린 거ㅋㅋㅋㅋ
까다로운 애인 눈치 봐서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는 리액션처럼ㅋㅋㅋㅋ 스킨십 텐션 읽기 전에 움직이는 몸..
이 얼굴로 연애의 분위기와 텐션을 이해 못하는 연애 바보인데 어두운 데서 빨라지는 손이고... 이해 못해도 눈치는 빠르고 그 눈치로 박정수는 엄청 신경쓰고... 넘 재밌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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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근본없는 녀석이 달려와가지고? 약간 해포au 슬리데린 특
래번×슬리면 좀 그런건가 순혈 가문 박정수 머글 태생 조규현.. 후배였는데 월반해서(?) 졸업하는 해 쯤엔 정수랑 같은 학년 수업 듣게 된 규현이.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번번이 학년 탑 안 놓치니까 규현이가 오기 전까진 바득바득 1등하던 정수 점점 자존심 상하고 특유의 계층적 시선까지 더해져서
T 어디서 근본없는 새끼가 굴러 들어와가지고
K 그 근본없는 새끼 아래에서 울고 있는 분이시잖아요
햇는데 결국엔 다른 의미의 말 그대로 그 밑에서 울게 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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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교육 대표 vs 독학 대표 너무 귀엽당 사실 규현이는 사교육 어쩌구도 잘 어울리지만..
핏기를 빼조야 고기가 어쭈구저쭈구 이유 한바닥 설명하는 정수랑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들 하더라고요~ 하는 규현이ㅋㅋㅋㅋ 이유 모르고도 하는 쪽이 더 감각적인거 아닌가? 암튼 그게 귀여워..
호텔 레스토랑에서 갓 말단 벗어난 정수랑 그 자리에 막내로 들어온 규현이 보고싶당 얼마 전까지 야 막내야 소리 듣던 신세 벗어나서 레벨업한 거 뿌듯해서 틈만 나면 옆에 딱 붙어 따라다니면서 규현씨 이런 거 모르져? 하고 선배 노릇 하려구 하는 정수
사실 다 아는 건데 몬데요? 리액션 해서 선배 대우 해주고 기 살려주다가 선배님한테 따로 배우고 싶은 게 있다고 붙잡아서 다른 셰프들 다 퇴근하고 불 꺼진 주방에서 붙어먹는 규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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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vs 독학 그런 것두 잘 어울리네 예중-예고-예대 루트 밟아서 음악하고 있는 정수랑 어느날 갑자기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 커버 영상이 이슈가 돼서 이름 알려지게 된 규현이 오디션 프로나 대학가요제에서 만나는 거
? 일곱 살때부터 음악을 하셨다고요
T 네 맞습니다
? 그래서 그런가 특별히 지적할 부분이 안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하고 본인도 그날 나름 만족스럽게 한 것 같아서 별다른 이변이 없는 이상 1등 하겠다 가슴 쓸어내리고 있었는데 마지막 참가자로 나타난 규현이
? 음악을 배운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K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커버 영상을 업로드한 지는 6개월 정도 됐습니다
? 배운 적이 없다고요? 그럼 피아노는요?
K 독학했습니다
이런 거... 결국 1등 규현 - 2등 정수 되고 1, 2등 묶여서 방송 돌게 되는 바람에 좀 불편해지는 거
K 저 싫어하시죠
T 아닌데요
K 싫어하는 눈으로 쳐다보던데
T 아니라니까요
K 그럼 좋아해요?
하는 규 보고 새침하게 눈 흘기는데 맨날 그렇게 옆에 와서 귀엽게 사근거리고 장난치고 다정하게 구니까 점점 정 붙는 거
그렇게 음악프로 특별 무대 같은 거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연습실에 단둘이 있다가 조명 낮게 켜진 어둑한 연습실에서 조용하게 눈 마주치니까 낯설고 묘한 기분 들어서 시선 피하지도 못하고 한참 마주하고 있다가 분위기에 취한 듯이 키스하는 거 보고 싶다
어둡고 조용한 연습실에서 숨소리랑 침 삼키는 소리랑 옷 스치는 소리만 들리고... 말없이 입술 떨어졌다 다시 붙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정수 허벅지쯤 잡고 의자 끌어당겨서 무릎 닿게 거리 좁혀서 가까이 마주 앉는 규현이. 코앞에서 시선 내리깐 얼굴 위로 어른어른 낮은 조명 비치는 거랑 눈꺼풀 오르락거리는 거 보다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뒷목 끌어당겨서 다시 키스 하려다가 손톱만큼 거리 남겨놓고 멈춰서 다시 묻는 거
K 아직도 저 싫어해요?
T 아니라니까
K 그럼 좋아해요?
하면 대답 대신 무릎 닿아있던 규현이 허벅지 위에 올라앉아서 목 끌어안고 더 깊게 키스하는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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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갑자기 그런 거 보고 싶다 김히철 증강현실 속에 들어가서 게임 하는데 거기에 고등학교 동창 박졍수가 나오는 거
플레이어의 기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식이라 고등학교 졸업한지도 몇년이고 심지어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앤데 왜 하필 얘가 나왔을까 싶음
어쨌든 캐릭터 공략하는 것처럼 무슨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기분나쁘고 / 짜증나고 / 삐진 것 같은 내용의 졍수 반응이 뜨니까 '되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인데 삐져 있네' '짜증났으면서 왜 괜찮다고 하냐' 이런 생각하면서 괜히 더 반응 살피게 되고..
게임 분석하는,, 것처럼 졍수가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보면서 다 똑같은 얼굴 같아도 똑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희
공략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겜돌이 승부욕도 자극되고 동창이긴 해도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알아갈수록 새로운 모습 보는 재미도 쏠쏠함
인소 감성 같은 낯뜨거운 말로 칭찬해주고 예뻐해주면 😨 그게 뭐야.. 하고 이상한 말 취급하면서도 감정 물결치는 게 다 보이니까 무뚝뚝한 얼굴 하고 있는 것도 좀 귀여워 보이는 것 같고..
그렇게 게임 종료 전에 사실 자기가 졍수를 좋아햇었다는 걸 자각하게 되는 거 보고 싶다
별로 가깝지 않은 동창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시선이 가던 애..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그게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졍수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 그러면서 본인이 별 생각없이 했던 말들에 사실 그때의 졍수가 불편했었다는걸 뒤늦게 알게되는 희
그리고 게임 끝나고 나간 동창회에서 재회하면 좋겟다 엄청 오랜만에 만난 거라 동창들이 학교 다닐 때 너네가~ 하면서 짓궂은 말 하는 거 어색하게 웃으면서 듣고 있는 얼굴 보고 적당히들 하지 그러냐 하고 대신 선 그어주는 희
심지어 걔네들 다 희랑 더 친분 있는 애들이라 분위기 잠깐 애매해지는데 김히철은 다른 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으면서도 게임 속에서 호감도 올라갈 때 같은 얼굴 하고 있는 졍수 보고 그냥 혼자서 묘한 만족감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가끔 진짜 게임에서처럼 행동하는 거 느껴져서 너는 도대체 나를 친구로 보는 거야 게임 캐릭터로 보는 거야? 하는 졍수도 재밋겠다ㅋㅋ
게임으로 박졍수를 배운 김히철...
아니 내가 게임을 한 건 맞는데... 그게 너는 넌데... 중얼중얼 본인도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리하면 졍수는 아 그렇구나(적당히 대꾸) 하는데 게임에서 봤던 '저게 무슨 헛소리인가...' 할 때 그 얼굴이고 ㅋㅋㅋㅋ 이제는 그거 다 보여서 머리 헤집으면서 아이씨 하는 김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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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철.. 여장대회 하면 젤 먼저 타겟되는데 안해미친놈들아ㅡㅡ 그게뭐가재밌냐? 해서 여장의 ㅇ도 못 꺼내게 해놓고, 다음으로 타겟돼선 희처럼 거절못한 졍수가 손바닥만한 옷 들고 어떻게 해야되지 하고 있으면 "쟤보다 내가 더 예쁜데 왜 쟤가 나가냐?" 하고 뺏는 클리셰 너무 잘어울리는 사람..
예고영상 보고 이 생각햇었는데 심지어 올라가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다는 거 너무 이 클리셰ㅋㅋㅋㅋㅋ
하랄 땐 싫다고 난리더니.. 어이없는 친구들 김히철이 워낙 이랬다저랬다 하니까 별로 이상하단 생각은 안함 본인들이 생각하기엔 김히철이 더 예쁘고 끼도 있어서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또 변덕부리기전에 옷 주고 중간중간 짜증내는거 기껏 달래가면서 준비시켰더니 무대 올라가서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고 썩은 표정으로만 있어서 또 어이없는 친구들.. 아니 지가 하겠다며.. 그렇게 개판 칠거면 박졍수 시키게 냅두던가.. 근데 그거 따지지도 못하게 대회 끝나자마자 둘이서 사라짐
삐뚤어진 가발에 겨우 꾸겨넣은 이상한 옷 입고서 어설픈 화장은 다 번진 채로 담배 피우는 김히철 보고싶다..
H 그거 거절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T 근데 너 진짜 잘 어울린다 히철아
H 좋냐? 내가 대신 망신당해주니까 재밌지?
T 진짜 예쁜데..
H 나한테 뻔뻔하게 구는 만큼만 하라고 답답한 새끼야
그렇게 학교 건물 뒤에서 쪼그리고 앉은 무릎 닿은 채로 턱 잡아 고정시키고 키스하는 거 보고 싶ㅇㅓ 한참 입술 맞대고 있느라 화장 다 번진 얼굴 코끝에 닿는 거리에 마주하고서
T 너 지금 얼굴 되게 웃기다
H 죽을래? 아깐 예쁘다며
T 네가 예쁘단 말 싫다고 했잖아
하다가 또 키스하는 ㄱ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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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철 라이온킹 첫키스가 스물두살 때면 희특 처음 만난 스무살 겨울 -> 졍수 애인이 이유없이 마음에 안 들고 싫었던 게 다 연애 한번 안 해봤던 시기에 자기도 모르게 느낀 감정들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너무한 팬픽적 스토리인 것 같음,, 앞뒤 딱딱 맞는 무자각 첫사랑 개연성,,ㅠ
맨낭 나랑 놀러 다니던 애가 여친 생겨서 안 놀아주는게 못마땅하다고만 생각해서 그럼 나도 딴 사람 만나면 되지 하고 첫 연애 했는데 정작 현실은 만화영화 봐야 된다고 스킨십 하려는 상대한테 짜증이나 내고,, 연애는 별 생각도 없으면서 졍수 땜에 만나고 졍수 땜에 헤어지는 그런 거 넘 잘어울림
데이트 하는 내내 재미없어서 지루한 티 팍팍 내고 존나 박정스는 이게 뭐가 좋다고 친구도 버리고 따라 다니는 거야.. 심드렁하다가 키스 하려는 타이밍에 생각지도 않게 졍수 얼굴 팟 떠올라서 괜히 만화 핑계 대면서 밀어내는 거 보고 싶다
그러고 졍수한테 야 너 키스 해봤냐? 하면 쟤가 이상한 소리 하는 게 하루이틀 일인가 싶은지 그런건 뭐하러 물어봐 하는 뉘앙스가 당연히 해봤지 라서.. 박정스도 그렇게 분위기 잡고 그런 얼굴을 할까? 별별생각 다 들고..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가 "너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스물두살 희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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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연애할땐 일찍 결혼해서 안정 찾고싶어하던 졍수 이해못하던 희.. 결혼문제에서 안 맞아서 결국 헤어지고 졍수는 다른사람이랑 결혼함. 근데 막상 몇년 살다 이혼한 졍수가 굳이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단 혼자 사는 게 나을지도 몰라.. 생각하고 있을 때쯤 30대가 돼서야 결혼이 하고 싶어진 희
굳이 결혼을 해야 되냐 하는 이유로 자주 다퉜던 20대 때의 기억 떠올라서 졍수 생각 많이 하다가 당사자 없는 동창회에서 소식 주워 듣게 됨. 결국 결혼했구나.. 하긴 우리가 그거 때문에 헤어졌는데. 이런 생각하다가 우연히 희특 둘이 만나게 되면서 얼마 전에 이혼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됨
안그래도 결혼하고 싶단 생각하면서 졍수 떠올랐는데 지금은 혼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니까 더 생각나는 ㄱㅓ
20대땐 본인이 차서 딴사람이랑 결혼하게 만들었는데 30대땐 오히려 거절당하고ㅋㅋ 애 딸린 이혼남 박정스한테 결혼하자고 공들이는 김히쳘.. 이런 타이밍 안 맞는 거 넘 잘 어울림 ㅠ
난 결혼은 좀.. 그냥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아ㅎㅎ 하는 졍수 보면서 10년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쓸데없는 소리처럼 무시했던 거 후회하면서 이번에는 내가 잘 할 테니까 나랑 살자고 꼬시는 김히철,,,
(졍수 취향으로 열심히 꾸며놓은) 집 놀러와서 우와 너 집 좋다 돈 많이 버나 보네ㅎㅎ 하는 졍수한테 "그럼 같이 살까?"
졍수네 애랑 놀아주는 게 제법 익숙해진 거 보고 처음엔 쫄아서 말도 제대로 못 걸더니 이제 잘 하네ㅎㅎ 하면 "그럼 나랑 살까?"
새해 첫날 떡국 끓여주겠다고 나섰다가 부엌 다 엎어놓은 거 정리하면서 별 생각없이 넌 나중에 결혼해도 요리는 하면 안 되겠다 하면 "야 그래도 나 청소는 잘 해.. 그러니까 나랑 살래?"
하고.. 틈만 보이면 결혼하자고 꼬시는 김히쳘
졍수도 첨엔 나 결혼 생각 없다니까.. 하고 약하게나마 거절의사 표현했었는데 그런 상황 반복되다보니까 나중에는 그럴때마다 그냥 ㅎㅎㅎㅎ 웃고만 있는..
그러다가 그냥 자연스럽게 살림 합쳤음 좋겠어 같이 살고있으면서도 결혼얘기 나오면 괜히 웃으면서 난 결혼 생각은 없다니까~? 장난치는 졍수
졍수 닮아서 낯 많이 가리는 애가 첨엔 희랑 서로 낯 가리느라 눈도 제대로 안 쳐다보더니 점점 익숙해져서 둘이서만 있기도 하고 퇴근하고 오는 졍수 기다리다가 애가 희 손가락 하나 붙잡고 잠들어 있기도 하고.. 그거 보면서 마음이 따뜻간질지끈해지는 졍수
사실 졍수는 희가 어릴 때 그렇게 결혼에 회의적이지 않았다면 결혼까지 생각했었으니까... 둘이 나란히 잠든 풍경이 그때에 꿈꿨던 바람이 그대로 이뤄졌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은 거. 그렇게 생각하니까 먼 길을 돌아온 느낌에 괜한 후회 원망 뭐 그런 비슷한 마음도 드는 것 같고
이혼이 뭐 별거냐 생각하면서도 사람들 시선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순 없으니까 가끔 스스로 선택한 과거가 실패 낙인처럼 느껴진단 생각을 했던 졍수
희랑 다시 만나서 우당탕탕 프로포즈를 박게 된 후론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가끔 그런 장면 보면 좋으면서도 싫은 감정이 피어날 것 같다
그러다가도 묘해진 기분으로 한참 바라보다가 밥 먹고 자라고 깨우려고 어깨에 손 얹으면 바로 왔냐? 하면서 깍지껴서 손 잡는 잠에 취한 얼굴 보면서 지끈거림은 사라지고 따뜻간질한 느낌만 남는 졍수..
손가락 잡고 잠든 애 안 깨우려고 목소리 낮춰서 소곤소곤
배고프냐?
아니
그럼 쫌만 더 자자
하면서 끌어당겨서 눕히고 옆에서 인기척 느껴져도 금방 다시 조는 희.. 그렇게 애는 희 손가락 잡고 희는 졍수 손목 붙잡은 채로 나란히 누운거 보고싶다
졍수 손등 토닥이면서 저녁은 뭐 먹을까? 하는 말 들으면 그래 지금이 좋으면 다 된 거지 뭐 생각하게 되는 가장 일상적이고 행복에 가까운 풍경
아빠 데리러 가자~ 하고 손 잡고 나와서 놀이터 그네에 앉아가지고 본인이 더 졍수에 대해 잘 안다고 서로 내가 맞그든 하면서 유치하게 싸우는 얼굴들 보면 어쩌면 20대 때 빨리 결혼을 하고싶고 안정을 찾고싶었던 이유가 이런 장면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잔잔히 웃는 졍수
근데 정말로 애가 맞을 때가 더 많을 것 같고ㅋㅋ 어차피 희가 맞아도 애 편 들어주는 졍수... 근데 희도 딱히 그런 부분에 불만 없을 것 같다 그냥 졍수의 가족 일상 그런 카테고리 안에 자기도 겹쳐져 있는 기분이 들어서
맨날 쫑알쫑알 얄밉게 받아쳐서 가끔 애 울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애가 단호한 얼굴로 "아빠는 나를 제일 사랑해!" 했을 때 처음으로 얔.. 하고 말문 막혀서 헐렁하게 웃다가 "그거는 네가 맞는 것 같다..." 하는 희
졍수는 맞다 아니다도 안 하고 웃고 있을 것 같고 ㅋㅋㅌㅋ 오히려 애가.. 맨날 자기랑 투닥거리는 사람인데도 그러고 있으니까 쫌 불쌍해보였는지 "아냐 근데 아저씨도 쪼끔은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집에 들어와도 안 쫓아내지.." 하고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를 말로 위로해주는 꼬맹이
아빠 또 놀러 오세요~~ 하는 말에 충격 먹고 일정 다 비우고 한달 휴가내는 김희도 보고 싶다ㅋㅋ
내가 말할 땐 신경도 안 쓰더니 애가 얘기하니까 뚝딱이다?
애한테 미움 받으면 너한테 쫓겨 날까봐 무서워서 사리는 거 보면 모르겠냐
여기에 균특을 더해도 재밌을 것 같지... 김희철이랑 헤어지고 결혼햇다가 결국 갈라선 상대인 걸로 ㅋㅋㅋㅋㅋㅋ
근데 애를 좋아해서 이혼하고도 정기적으로 애를 계속 만나는 조건이 붙은 거..... 뭐 딱히 나쁜 문제 있어서 헤어진 건 아닐 것 같으니까 데리러 오고 데려다 줄 때 마주치면 밍숭맹숭 인사 나누는 거, 애가 거기다가 아빠라고 부르는 거 보면 괜히 기분 나빠지는 김희철
그쪽에서는 정수 친구라고 젠틀하게 인사하고 적당히 예의 바르게 말도 거는데 혼자 유치하게 견제하느라 (박정수가 보기엔 얼척없는) 기싸움하는 거 김희철이랑 넘 잘 어울림 마치 닭갈비 누나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뭐냐... 책임감 없어서 콘돔 낀다는 거 10년 전 김희철이랑 잘 어울리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콘돔 안 꼈다 골치 아프게 애라도 생기면 어떡하냐 하는 희한테 그럼 결혼하면 되지ㅎㅎ.. 하고 결혼에 대한 바람 넌지시 흘렸던 20대 박정수
미쳤냐? 난 책임질 일 만들기 싫어.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하는 희한테 약간 충격 먹고 얘랑은 절대 내가 바라는 미래가 있을 수 없겠구나 생각함. 이후로도 같은 문제로 계속 어긋나면서 결국 헤어짐
근데 30대에 다시 만나서는 자기도 애 있음 좋겠다고 오히려 김희철 쪽에서 박정수 꼬시게 되는...
절반만 박정수 닮았는데도 이렇게 예쁜데.. 너랑 나 둘 다 닮으면 얼마나 예쁘겠냐? 하면서 약간의 자뻑ㅋㅋ 섞인 바람으로 은근 설득하는 김희철.. 침대에서 한참 달아올랐을 때 슬쩍 얘기 꺼내면 제대로 거절 안 하는 박정수라 가끔 콘돔 안 쓰게 되는 그런 거
김희철은 (상대방) 인생 망치는 일이라고 말햇는데 박정수는 (김희철 본인) 인생 망치는 일이라는 뜻으로 느끼고 상처 받았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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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버스랑 뱀파이어물 같이 먹어도 맛있겠다 일반 사람들은 베타고 뱀파이어는 알파 또는 오메가인 거... 이거 완전 희특규
혼자 잔업하고 퇴근하던 규현이 팀장실 문 열린 틈으로 앓는 신음이랑 책상 삐그덕거리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 들려서 누가 또 있나 봤다가 그날따라 유난히 날카롭게 군다고 생각했던 상사가 셔츠도 거의 벗겨진 채로 책상 위에 앉아서 처음 보는 남자랑 뒤엉켜서 키스하는거 보는 걸로 시작해야돼
팀장실 불은 꺼져있는데 커다란 창으로 아직 야근하고 있는 다른 빌딩 불빛들 흘러 들어와서 벗은 몸 실루엣 은은하게 다 보이고 그 와중에 혀 섞다가 코끝 부딪혀서 잠시 얼굴 떼어내고 뭐라뭐라 말 오가다가 다시 팔로 목 끌어안으면서 입술 겹치는데 그 사이에 슬쩍 보인 눈동자가 붉게 반짝이는 거
허어업 입 틀어막고 나름 조용히 지나가는데 뱀파이어들 예민한 감각으로 이미 그거 다 느껴져서 귀찮게 됐다는 듯 한숨 쉬는 정수.. 어차피 너 슬슬 흡혈할 인간 찾아야 될 때 됐잖아 적당히 얘기해서 꼬셔봐 하면서 하던 거 마저 하려고 열린 셔츠 사이로 허리 끌어당겨서 아래 맞붙이는 김희철
다음날 팀장실 불러다 놓고 "규현씨 어제는 많이 놀라셨겠지만 제가 사실 뱀파이어라서..." 말문 여는데 긴장해서 앉아있다가 갑자기 세상 서운하단 얼굴로 "팀장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무슨 거짓말을 그렇게.. 제가 무슨 어린애인줄 아세요 세상에 뱀파이어 같은 게 어디 있어요 😟" 하는 규현이 ㅋㅋ
그냥 애인이라고 하면 될걸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짓말을 하시냐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n00년 산 존재가 갓 서른 넘긴 새파란 어린애 달래기 귀찮다는 듯 피곤한 얼굴로 듣던 정수가 다시 눈 마주치고 생긋 웃으면 떠들던 입 닫고 마른 침 삼키는 규현이
-그래서, 어제 규현씨는 어땠는데요?
뱀파이어의 형질은 인간을 홀리는 힘이 있어서 일치기 직전인 두 뱀파이어 페로몬에 노출된 규현이도 그날 밤에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거 혼자 빼면서 셔츠 너머 벗은 몸이랑 묘하게 반짝이던 붉은 눈 떠올렸고 그래서 팀장실 들어와서도 잘못해서 교무실 온 것마냥 눈치봤는데 그거 모를 리 없는 정수
-애인 있으시잖아요
-애인 아니에요
-그럼 어제 그건 뭐…
-친구에요 서로 필요할 때 도와주는
-섹파요???
-규현씨도 할래요?
-섹파를요?????
진짜 뱀파이어라고 설명하긴 귀찮은 정수 그냥 섹파하잔 식으로 꼬셔서 흡혈도 하면 목덜미 붙잡고 형이 어떻게 나한테!? 얼굴 하는 규현이 적당히 달래는거
그래서 규현인 정수랑 자주 자고 흡혈도 당하면서 그냥 좀 특이한 취향이라고만 생각해서 희특이 진짜 뱀파이어란거 한참 지나서야 알면 좋겠다ㅋㅋㅋㅋ 왜 안 알려줬냐구'^' 서운해하면 처음에 말했는데 안믿었잖아 하는데 그럼 설득을 제대로 했어야져~~! 하는 규랑 웅웅 그래 하고 신경 안쓰는 정수
희특규로 알파오메가베타면 김희철 성질 확 돌아서 형질 위협적으로 푸는데 베타인 규현이한테는 아무것도 안 느껴져서 당돌하게 대들 수 있다는 거... 근데 또 반대로 박정수의 오메가 형질도 안 느껴져서 어떻게 해도 혼자서는 필요를 100% 채워줄 수 없다는 게 넘 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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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꽂혀 있는 노래 가사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줄 몰랐어' 라서 처음 듣고 음 김희철한테 어울리는듯 생각했었는데 이 얘기 보니까 박정수 시점으로도 잘 어울리는 ㅋㅋㅋㅋㅋㅋㅋ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거 일상이라 중요한 부분들에 안 맞아서 결국 헤어지자는 얘기 나올 때도 그래 그게 낫겠다 고개만 끄덕일만큼 덤덤했는데 아주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순간에 갑자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뚝 흘러서... 김희철 때문에 울게되는게 억울하고 화나고 자존심 상하는 박정수
7사 감성으로 어느날 마주 앉아 나 이제 결혼해 들을 때도 그렇게 허전한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부터 떨어지는데 더 당황하는 쪽 김희철인 거...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야 정수야 왜 우냐 어? 하고 냅킨 찾아다 쥐어주는데 그 얼굴로 "결혼 축하해" 하는 박정수
뭐 안 좋은 일 있어? 일이 많이 힘드냐? 하고 완전 잘못 짚은 얘기부터 나 때문에 울어? 혹시... 나 결혼하는 거 싫어서 그래? 까지 멀리 돌아 올 때까지 조용하게 눈물만 뚝뚝 적시고 있다가 그제야 결혼, 진짜 할 거야? 하는 정수
그 와중에도 결혼 안 하면 안 되냐거나 그냥 나랑 다시 만나면 안 되냐고 직접적으로 조르지도 않고 그냥 의사를 물을 뿐인 것처럼 돌려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응 네가 끝내 싫다고 했던 결혼 드디어 할 거야 날짜 다 잡아놨고 곧 드레스도 보러 갈 거야 이런 말 한 마디도 안 나오는 김희철
그날 정수는 결혼 하지 말라는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우는 얼굴 달래주다가 끝내 청첩장은 주지도 못하고 결국 결혼도 흐지부지 엎어져 버리는 김희철... 그렇다고 여전히 박정수가 자기랑 결혼을 하자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ㅋㅋㅋㅋ 그런 거...
결국 상대가 바라는 걸 맞춰 주지 못한 건 박정수인데도 관계를 망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덤덤하게 이별해놓고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 뚝 흐를 때쯤엔 버림 받았다는 원망마저 드는 게 좋아. 왜냐하면,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박정수한테 밀려나다시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수한테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을 만큼 눈치 보고 약하게 굴 김희철..... 이라서 톱니가 꽉 맞물린 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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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보고 시픈,, 히특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알오 섞인 세계관이든 집안 얽힌 이유든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 희...
어차피 마음 없는 결혼이라 집에서도 대충 눈 감아주는 밀회 때마다 매번 오랜만에 어렵게 만나는 거라 말은 안 해도 더 간절하게 서로 붙드는 거랑 구겨진 이불 끌어올려 덮어준 어깨 식기도 전에 집에서 온 연락 울리면 양쪽 모두한테 미안해서 바로 못 받고 화면 쳐다보면서 망설이는 김희 조용히 쳐다보면서 손가락 만지작거리다가 "가야 돼?" 하는 정수
'가지 마'나 '안 가면 안 돼?'가 아니라 꼭 "가야 돼?" 라고 묻는 정수랑 그 말에 강요는 한줌도 없다는 거 알면서도 베개에 뺨 기대고 가만히 쳐다보는 얼굴 보면 여전히 울리고 있는 전화 아예 받지도 못한 채 침대 밖으로 밀어 버리고 다시 키스하게 되는 희
아 뭔가 더 보고 싶었었는데 딴 생각 하다가 까먹었다 암튼,, 정수의 "가야 돼?"는 가야 되는 상황이면 얼른 가야지 하는 의미로 한 말이더라도 김희는 그 말을 듣고 절대 발이 안 떨어지게 되어 버리는,, 그런 게 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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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랑 잘래? 했는데 별로 고민도 안 하고 그러자고 대답해서 박정수가 나 좋아하나? 생각하고 괜히 좀 의식하면서 선은 넘지 말아야지 신경쓰다가 오히려 감겼는데 결국 몸은 넣고 마음은 못 넣는 데뷔초 리얼물 보고싶다 박정수 섹스할 때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처럼 굴고 매달려서 더 헷갈리는거...
잘래? 하면 그래 하는데 사귈래? 하면 기분 이상해지는 애매한 얼굴로 쳐다 보고만 있는 박정수
때문에 점점 빡치고 휘둘리는 김희철... 헉 갑자기 어릴 땐 좋아한단 말 무게감 느껴져서 잘 못했다는 거 박정수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다 무게 없는 좋아해 사랑해 같은 말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는 박정수 보면서 그냥 흘러나오는 방송 멘트 같은 거란 거 알면서도 자꾸 자기도 모르게 의미부여하고 혹시나 하면서 흔들리던 기억 때문에 본인이 하는 좋아한단 말도 잘 못하던 김희철.. 그런 말에 기대 품게 만드는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 더 어려워짐
좋아한단 말에 무게감이 느껴져서 = 박정수의 (영혼 없는) 좋아한단 말에 자꾸 휘둘려서 괴로웠던 본인 경험담
그러다 인천대첩~군대쯤에 조금씩 철들고 성격 바뀌면서 좋아한단 표현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래도 여전히 정수한테는 좋아한다는 말 못하면 좋겠다 나한테 기대도 되고 어쩌구 간지러운 말 다 하면서 아직도 유일하게 박정수한테 하는 좋아한단 말은 안 나오는 김희철.. 그게 제일 무겁고 진심이라서
지금 희특은 뭘해도 해피엔딩이면 좋겠으니까,, 10년 지난 2019년엔 박정수가 자기한테 항상 진심인 김희철 보다가 스며들면 좋겠다 힘들때 옆에 기웃거리면서 시답잖은소리 하고 자기가 같이 살고 싶으니까 같이 살자고 조르고 이런거 보는데 되게 편하고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음 나는 거
세상 변덕스럽고 자기 기분대로인 것 같던 사람이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게 신기하지만 김희철이 항상 자기한텐 남다르게 굴긴 했으니까..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는 정수. 지금껏 봐온 누구보다도 진심처럼 굴면서 여전히 그런 말은 안 하는 김희철 보다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좋겟다
진짜? 너 맨날 하던 영혼 없는 말들 아니고? 하는 김희철한테 웃으면서 응, 진짜라니까,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박정수 꼭 끌어안고 좋아해.. 중얼거리는데 그게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면 좋겠다 여전히 김희철한테 제일 무겁고 진심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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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박정수 우동 두 번 분위기 다른 거 진짜 너무하고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가 이동해면 약간 조커카드 같지만... 차 탔을 때부터 생각했는데 여보자기ㅠ? 김희철이었으면 (하자고 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쫌 이상하지 않나? 다른 거 없나? 괜찮은 거 없나? 오백번 해서 결국 다른 거 햇을듯
규현이는... 야아 그게 뭐야ㅎㅎㅠ 해놓고 자기야 해줬을 것 같긴 해 능청스러운 조규현의 여보야 자기야도 보고 싶다
예 - 형 애칭 이런 거 어때? 여보자기! (이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몸짓)(칭찬을 기대하는 눈빛)
특 - 아냐 그건 아닌 것 같애 (단호)
예 - (시무룩)
형 나 반띵! 이만오천원! 감성 해특 너무 귀여워 ㅠㅠ
백일이라고 백원 받으러 돌아다니면서 이거 모아서 우리 닭갈비 먹으러 가자 라면 사리도 시켜 먹자 속닥속닥 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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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신화 모티브 보고 싶다
반짝이는 태양의 빛을 동경한 정수 직접 날개를 만들어 태양까지 날아가 보기로 함 하지만 멀리선 하얗고 눈부시던 태양은 너무 큰 에너지 때문에 오히려 새까맣게 보일 정도의 붉은 빛으로 타올라 괴로웠고 가까워질수록 겨우 만들어 단 날개가 뚝뚝 녹아내려 망가지는데..... 그러면 날개 없는 천사
ㅋㅋ그렇게 날개 잃고 추락한 정수를 주워다 치료한 희철 눈 뜨자마자 -깼냐? 너 몸에 붙어 있던 건 지저분해서 버렸다 이런 정수 감성 1도 이해못하는 말부터 해서 열심히 만든 날개 잃은 정수가 황망한 눈으로 보는데도 정신없이 밥 먹이고 씻기고 옷까지 갈아입히고 다시 눕혀서 울 틈도 없게 만듦
그러고는 희철 외 사람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던 게 분명한 집에서 쫓아내지도 않고 계속 머물게 해주는 거 조금만 겪어봐도 제 공간에 타인 쉽게 들일 사람 아닌 게 느껴져서 정수가 슬쩍 눈치 보면
-나 언제까지 여기 있어도 돼?
-여기 말고 갈 데가 있긴 하냐?
같이 살면서 매일 해가 가장 가까이 닿는 언덕에 올라가 빛을 바라보는 희철의 얼굴이 태양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하는 정수 태양에 날아가려다 떨어졌더니 태양을 닮은 사람에게 닿게 된 걸까 시시한 생각을 하고 혼자 푸스스 웃던 밤 악몽을 꾸는 희철을 보게 됨
괴로워보여서 다가가니 정수 손을 꽉 붙잡고 끄응 앓다가 점점 편안한 얼굴이 되는데 손 빼내려고 하면 또 얼굴 무섭게 찌푸려서 결국 손 붙들린 채로 웅크리고 잠든 정수 다음날 눈 떴을 때 꼭 붙어서 잠들어 있었으니 잠결의 일들을 모두 알 텐데 둘다 별다른 말은 않고 또 그냥 그렇게 지낼 것 같다
그치만 늘 유유자적 태평하고 밝게만 보였던 희철이 이유 모를 악몽을 꾼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종종 옆에서 손 내주는 정수랑 그러면 신기하게 악몽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희철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함께 잠들고 나란히 눈 뜨는 날들이 늘어나는 둘
밝은 빛을 동경해서 다가간 태양도 오히려 어둡게 보였단 말야 그러고보니 진짜 닮았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희철을 태양 삼아 살게 되는 정수... 원랜 너갈데도없잖아 하면서 당연한 미래를 말하는 희 몰래 다시 날개 만드는 시도를 몇번이나 했었는데 이젠 그냥 이대로 살아도 좋지않을까 하게 되는거
근데 사실 둘이 쫓겨난 천사들인 게 보고 싶다 천계에선 무척 가까웠고 친구인지 연인인지 굳이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을 함께 하는 사이였는데 서로의 확고한 이상이 충돌하면서 천계가 뒤집힐 만큼 크게 싸우고 크게 벌을 받아 쫓겨나게 된 거
한쪽이 잘못해서 틀어진 관계라면 그 사람만 다시 기억을 되찾는 것도 좋은데 걍 이런 둘은 둘 다 기억 못하다가.. 둘 다 어렴풋이 남은 기억인지 상상인지 모를 꿈을 꾸게 되고.. 그러면서도 둘 다 떠오른 기억들을 입 밖에 내지는 않은 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잘 어울리는 듯
그렇게 날개를 잃고 빛을 잃은 채 쫓겨난 둘이 결국은 다시 만나 서로에게 기대 소소하게 살아가게 되는 거 보고싶다 잠시 스쳐지나가며 들른 여행객처럼 만나 결국 평생을 곁에 머무르게 되는 관계
그래서 정수는 날개를 만들어 날고 싶었고 희철인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던... 그런거
날개 있었던 자리 무의식 중에 만지작거리는 버릇 생기는 것도 보고싶다
태양 등지고 키스할 때 정수 등 뒤로 번지는 빛이 꼭 날개 같다는 생각이 드는 희철 겹친 몸 끌어안고 허리 뒤로 팔 둘러서 손바닥으로 날개뼈 부근 더듬거리고 문지르다가 자기도 모르게 손 떼고
-그때 너 처음 봤을 때 그거..
하고 잠시 망설이며 말 고름
한참 나른하고 기분 좋았는데 무슨 딴소리인가 어리둥절해진 정수 영문을 모르고 눈 깜박이다가
-그거.. 내가 버려서 속상했냐?
하고 눈치보는 얼굴을 보면 그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는 거ㅋㅋ
정작 그때는 망설임도 배려도 없이 한순간에 버려서 사람 속상해할 틈도 없게 만들어 놓고 다 잊은 이제 와서 그걸 걱정한다는 게, 심지어 자기 기분 상할까봐 표현까지 고른다는 게 어이 없어서.. 한참 키스하다 말고 졸지에 죄 지은 사람 같아진 얼굴 보고 걍 웃음 터지는 정수
-어 완전
하면 안 어울리게 시무룩한 얼굴 되는데 어색하게 떨어져 나갔던 손 다시 자기 등 뒤에 끌어다 놓으면서 겹치는 입술의 입가가 뾰족하게 말려 올라가서 끝에 보조개까지 쏙 들어가는 간질간질 잔잔한 장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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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생각나 전남친 sns 몰래 보다가 실수로 하트 눌러버렸는데 연락 왔다는 카피페
H 티 안 나게 보지 그랬어
티 안나게 보지 그랬어☜로 연락 트게 된 후에 가아끔씩 톡해서 시답잖은 얘기 짤막하게 오가는 사이 됐는데 그러다 보니 다시 어느 정도 편해졌다고 느껴졌을 때 쯤 전남친놀이ㅋㅋ 했다가 정수가 카피페 반응도 아니고 걍 아무런 대답도 없어서 아씨 망했다..... 하게 되는 희 보고 싶다
미친놈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어떻게 그런 걸 장난이라고 치냐.. 자책하면서 머리 팍팍 치다가 실수로 전화 걸어버리는 희ㅠ 당황해서 바로 종료 버튼 누르지도 못하고 손가락 허둥거리고 있는데 당연히 안 받을 줄 알았던 정수가 통화연결음 끊기기 전에 받아 버려서 2차 당황하는거ㅋㅋㅋㅋ
헤어진 이후로 전화는 물론이고 단체로 모이는 자리에서도 눈 한번 제대로 마주친 적 없는데 (근데 톡은 가끔 하는 이상한 사람들¿?) 통화시간 깜박깜박 늘어나는 화면 보다가 어쩔 수 없이 …여보세요 하니까 "어 희철아." 하는 너무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와 자기 이름에 답지 않게 삐걱거리는 희..
야 정수야 미안 장난이었는데.. 아니 그런걸로 장난쳤다고 하니까 나 진짜 개새끼 같은데; 그게 장난이긴 한데 그렇게 쓰레기 같은 의도는 아니었거든.... 횡설수설하는 동안 아무말도 안하고 있다가 괜찮아 하는 정수
-…어?
-사실인데 뭐
-야 그래도… 미안
-네가 뭐가 미안해 나 때문에 헤어진건데
쫌 어색하게 근데 또 화가 나진 않은 것 같은 톤으로 얘기하는 정수 목소리 들으면서 진짜 괜찮은가.. 근데 괜찮은 게 좋은 건가.. 생각하는 희
텍스트로 대화하고 눈 마주치는 것도 피할 땐 몰랐는데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 들으니까 새삼 사귈 때나 헤어진 후에나 자기가 박정수한테 약한 것 같단 생각이 들고ㅋㅋ 근데 또 전남친드립 그게 뭐라고 딴사람이었음 그냥 웃어넘겼을 일을 그렇게까지 당황한거 보면 목소리는 그냥 핑계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까 좋긴 해서... 원래 할 말 있어서 건 전화가 아니라 짤막짤막한 대답으로 금방 끊자는 말 나와야 될 것처럼 어색하게 흘러가는 대화 이어지게 자꾸 이런저런 말 시키는 희...
그렇게 어쩔수없이 걸린 전화에 톡으로 하던 시답잖은 얘기 하다
-내일 뭐하냐
-목요일이잖아
-아 그거 최고의요리비법 녹화하나
-최고의요리비결이거든
-아.. 미안
하니까 스피커 너머에서 낮게 정수 웃음소리 들림ㅋㅋ 별로 사과할일 아닌데 정수가 새침하게 말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사과하는 희..
처음 전화했을때보다 덜 어색하게 풀린 분위기에 가벼운 웃음소리까지 들리니까 통화 길어져서 따끈해진 폰 뺨에 닿는것처럼 마음도 말랑해져서 서로 숨겨놓은 감정 스스로한테만은 속일 수 없는 기분 될듯.. 여전히 그걸 상대한테 표현하진 못하지만
사실 안 괜찮으면 좋겠다 나도 아직 안 괜찮으니까
그치만 괜찮지 않은 걸 괜찮은 척 한다는 걸 굳이 드러내게 헤집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적으로
-너도 내일 아형 녹화하지
-길 하나 건너면 만날 거리에 있겠네
하고 쫌 침묵하다가
-밥이나 먹을까?
로 시작하는 리얼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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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선물 같다
-풀어 볼래?
를 위한 옷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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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르고 야한 나래이션 하게 된 이특 그 영상 다운 받아서 가지고 다니면서 본 규현 ☜ 너무너무 이상함 ㅠㅠ
자기도 형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서 사랑받을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했지만 형에 대한 것들을 찾아볼수록 점점 이상한 기분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팀이 처음으로 1위한날 멀리 떨어져있는 자기 먼저 데려와서 끌어안고 규혆아 너도 고생했어 하는 다정한 목소리 듣는 순간 자각하게 되는 첫사랑 규특
그렇게 리더 형과의 보이지 않는 선을 넘고 싶어진 막내 스킨십을 밀어내지 않는 형의 반응을 아슬아슬 살피면서 방송에서 자기라고까지 부르는 앙큼한 연하가 되고 있었는데.. 규혆이의 감정이 눈에 보일만큼 자라났을 때 쯤 09 골디 땐가 그 규특 포옹 영상.. 그때처럼 안아주면서 형은 너랑 같은 멤버라서 행복해 네가 우리 막내가 되어서 정말 감사한 거 알고 있지.. 하는 여전히 처음처럼 다정한 목소리 들으면서 아 선처럼 보이던 게 실은 벽이었구나 그게 넘을 수 있을 선처럼 보였던 건 이 사람이 상처주지 않으려고 다정하게 대해줬기 때문이구나 깨닫는 규
자기가 안으면 안겨주고 먼저 웃어주고 다정하게 챙겨주는 형이라서 기꺼이 넘을 수 있는 선이라 생각했던 게 사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 너머를 내다볼 수도 없을 만큼 단단한 철옹성이 되어 버릴 벽이란 걸 눈치채는 똑똑한 규.. 그 성 밖으로 튕겨져 버려지기 전에 착착 마음 접고 선을 넘는 대신 아슬아슬 주위를 맴도는 짓궂고 능청스런 동생으로 자리잡은 201n.. 하지만 여전히 형 영상 재밌게 보고있다고 어필도 하고 가끔 어릴 때 같다고 농담하는게 (=내가 가슴앓이 하던 때의 형이 생각난다)인 규랑 그걸 모를리 없는 특이라 눈 마주치고 웃는 얼굴로 끝나는 리얼물 보고싶다
헉 아니면 그것도 좋은듯 알파 셀링 하던 오메가였는데 (귀여우면 안 되니까 달리기춤 금지) 아이돌한테도 알파한테도 일반적으로 시키지 않는 컨셉을 시킨 피디 때문에 비밀이 드러날까봐 화내는 매니저들이랑... 팀에 합류하게 된 어린 알파
형 저 그거 되게 재밌게 봤어요 (=형 사실 오메가죠)
* 희특
* SJ스쿨 뜰 때쯤에 학생희특 + 선생희특 교차되는 학원물 하고 싶었던 건데... 시간 지나서 보니까 유치하고 안 쓸 것 같으니까 백업이나 하기
"박쌤~ 점심 먹으러 갈까요."
수업 종이 울리기 5분 전. 앞문 유리창이 똑똑 울렸다. 교과서를 손가락으로 쥐고 칠판에 기대 서 있던 정수가 고개를 돌린다. 드륵 나무 문이 열린다. 나타난 틈으로 눈이 마주치는 건 조금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있는 희철이다. 정수는 숨을 폭 쉬면서도 교실로 들어오는 그와 눈을 맞췄다.
"아직 종 안 쳤거든요."
"에이, 4교시에 5분 정도는 일찍 끝내 주는 게 센스 있는 선생님의 덕목이지. 안 그러냐 얘들아?"
"맞아요~~"
"오늘 급식 스파게티 나온다구 했는데!"
"거봐라. 박쌤 좋아하는 거 나온다잖아요."
이미 흐름이 깨져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보이는 교실 안을 보며 교과서를 덮는다. 자신의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정수가 있는 교실에 찾아와 같이 가자고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 놀랍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일이라서 정수의 수업이 있는 4교시에는 내심 기대를 하곤 했다. 정수는 신이 난 학생들을 보며 그래도 종이 치고 나서 급식실로 이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교실을 나섰다.
"맨날 너만 인기 있는 선생님 하고 나는 나쁜 사람 만들지."
드륵 닫히는 나무 문 너머로 목소리가 넘어 온다. 희철은 익숙한듯 웃으며 허리에 팔을 감았다.
S고등학교는 공학이지만 남학생과 여학생이 분리된 건물을 사용했다. 급식실과 강당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따로 존재했고, 교사들도 나누어진 건물에서 각각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가르쳤다. 국어와 영어 같은 과목은 각각 담당 교사가 나뉘어 있었고, 미술과 음악처럼 상대적으로 수업 시간이 적은 과목의 교사들은 양쪽을 모두 오가며 수업을 했다. 희철과 정수는 교사들의 연령대가 높은 사립 고등학교에서 둘 뿐인 30대였다. 둘 다 학생들과 막역하게 잘 지내는 편이었다. 당연히 젊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편하게 대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이 학생들의 지루한 일상의 호기심에 불을 지핀 이후로 더 그렇게 되었다.
미술을 가르치는 희철은 남학생과 여학생 건물을 모두 오가는 교사 중 하나였다. 유쾌하고 센스 있는 성격의 젊은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희철은 복도를 다닐 때나 건물 사이를 연결한 구름다리를 오갈 때나 그에게 말을 걸어 오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 특히 그의 유별난 복장은 전교생에게 유명했다. 희철은 체육 교사보다도 더 자유롭게 트레이닝복을 입고 오기도 했고, 잠옷처럼 헐렁한 땡땡이 무늬 바지나 캐릭터 티셔츠 따위를 입기도 했다. 딱히 교사들의 복장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 잘못된 건 없었지만 그런 튀는 행동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교사들은 많았다. 그런 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정돈된 모습으로 나타난 날이 있었다. 깔끔한 흰 셔츠에 넥타이, 예쁘게 손질한 머리에 안경까지 쓰고 왔다. 평소에는 주로 티셔츠에 대충 말린 부슬부슬한 머리로 다니던 선생님이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자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했다. 당연히 온 학교가 그 이야기로 와글와글해졌다. 수업을 들어가도 학생들이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쌤 오늘 무슨 일이에여, 선 보세요~? 묻기 바빴다.
"뭐래, 내가 선을 왜 봐. 나 애인 있어."
희철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오랜만에 쓴 안경이 불편한지 코끝을 조금 찡긋거리는 게 다였다. 당연하단 듯 받아치는 그의 말에 교실 안이 더 시끌시끌해졌다.
"뭐야, 근데 왜 우리한테 한 번도 말 안 했어요?"
"맞아요! 그런 얘기 한 번도 못 들었는데!"
"와, 쌤 진짜 서운하다~~"
"그럼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차려 입었어요?!"
학생들이 퍽이나 억울한지 아우성했다. 정작 희철은 그런 반응들을 별로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헐렁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당연히 애인한테 잘 보이려고 입었지, 짜식들아."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란해졌다. 희철은 결국 그날 수업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이제 희철의 애인이 누구인지 추측하기 바빴다. 원래 고등학생들은 그런 게 제일 재미있었다. 첫사랑 얘기 해달라고 조를 젊은 선생님이 없는 사립 학교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야깃거리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희철의 퇴근길을 목격한 학생이 있어서 소문은 더 커지지 않았다.
S고등학교에서 희철만큼 인기가 많은 정수는 남학생 건물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학교에 둘 뿐인 젊은 선생님들이라 같이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는 했다. 가끔 같이 퇴근하기도 하고 급식이 맛없는 날 학교 주변에서 같이 밥 먹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두 사람이 특별한 사이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에도 하나로 섞이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사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들 특유의 존재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로 섞이는 게 아니라 각자인 채로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날 퇴근길을 목격한 학생은 이렇게 전했다.
"야 오늘 애들이 나한테 뭐랬는줄 아냐.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이렇게 입었냐는데?"
"그래서 뭐랬는데?"
"당연히 너한테 잘보이려고 입었다고 했지. 내가 너 아니면 이런 거 입는 거 봤냐?"
국어 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웃으며 말하는 미술 쌤의 얼굴이 무척 편안하고 다정해보였다고. 말투가 섬세하고 애틋한 것은 아니었으나 툭툭 건네는 말에도 바라보는 눈에도 애정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한참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어떻게 그동안 몰랐냐, 근데 알고 보니 두 분 잘 어울리시지 않냐 이런 대화 끝에 이어지는 말들은 항상 미술 쌤이 무척 로맨틱하다는 감탄이었다. 네가 아니면 이런 옷을 입을 일이 없다는 말은 내게는 너뿐이라는 이야기가 되었고, 가볍고 편하게 웃음이 더해진 분위기는 멜로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그사세의 공기가 되었다. 직접 본 사람이 많지 않은 장면은 소문으로 전해질 때마다 살이 붙어 더 영화 같은 연출을 만들어 냈다. 어느새 S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희철은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가 되어 있었다.
당사자들이 그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소문이 학교를 다섯 바퀴 쯤 돌았을 때였다. 항상 시간을 꽉꽉 채워 수업하던 정수가 수행평가 채점을 위해 10분 정도 자습 시간을 내준 날이었다. 책을 펴두고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내내 정수를 힐끔거리던 학생들은 결국 물었다. 선생님… 진짜로 희철 쌤이랑 사귀세요?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학생들의 물음에 응, 대답하던 정수는 그 다음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미술 쌤 엄청 로맨틱하시다면서요…."
사실 그 날의 대화에는 뒷 내용이 더 있었다. 대화를 들은 학생이 거기까진 못 들어서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가 된 희철은, 본인이 내켜서 단정한 차림을 한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종종 서로의 집을 오갔다. 정수의 집에는 희철이 평소 입고 다니던 유별나고 특이한 옷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정수는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적어도 출근할 때는 멀쩡한 차림을 하길 바랐다. 그러나 희철은 딱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휴 저런 것 좀 안 입고 다니면 안 돼? 가볍게 타박하는 말에도 재밌고 좋지 않냐고 웃을 뿐이었다. 정수도 타인의 취향을 뜯어 고칠 생각까진 없어서 그냥 두었지만, 제 집에 가득 쌓여 있는 괴상한 옷들이 거슬리긴 했다. 결국 하루 날 잡아 이상한 캐릭터 티셔츠와 바지 따위를 몽땅 가져다 버렸다. 정수의 집에서 자고서 출근하려던 희철은 자신의 옷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황망해졌다. 결국 정수의 옷을 빌려 입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겨우 그 하루가 이렇게 커다란 이슈를 만들 줄은 몰랐지만.
나한테 잘 보일 거면 우리집에 올 때마다 그 이상한 옷을 안 입어야 하는거 아냐? 그렇게 말하는 정수에도 희철은 이렇다 할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도 지금처럼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것이었다. 로맨틱이라……. 정수는 좀 웃다가 대답했다.
"절반만 맞아."
이해되지 않는 대답에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절반이요? 그게 뭐에요? 정수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천천히 대답을 이었다.
"잘하려고 엄청 노력하긴 하는데… 잘하려다 못할 때가 더 많아. 너네 아무래도 잘못된 소문을 들은 것 같은데?"
"아 진짜요?"
"근데 난 그게 좋기는 해."
그렇게 말하는 정수의 얼굴은 무척 편안하고 다정해보였다. 학생들은 문득 무심하게 툭툭 건네는 말과 시선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던 그날 희철의 얼굴이 그 순간과 닮아 있었을까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내 눈치 보는 게 재밌거든."
*
두 사람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별다른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대학교부터였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날들은 몇 가지 있었다.
매미가 존나게 울었다. 쟤네는 저렇게 울어 제끼다가 목청 터져서 뒤지겠다. 더위에 못 이겨하며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근데 쟤네는 섹스 하려고 저렇게 우는 거라며? 넌 머리통에 그런 것밖에 안 들었냐. 가볍게 타박하는 대화들이 뒤로 이어졌다.
아, 시발, 죽었잖아! GAME OVER 메세지를 깜박깜박 띄우는 화면을 보다가 미련없이 손을 털었다. 더워서 더 해먹지도 못하겠다. 날이 하도 푹푹 쪄서 모든 의욕을 쪽쪽 빨아먹으니 뭐든지 재미가 없었다. 활짝 벌어진 여름 교복 셔츠를 펄럭이며 오락실 기계 위에 달랑 올라 앉아 아직 게임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돌아 보다가 무료하게 시선을 옮겼다. 오락실이 있는 길과 학교 정문이 있는 방향이 맞닿는 골목 어귀에 그와 같은 교복을 입은 인영이 느릿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둥근 선들이 이어진 실루엣 너머로 어스름 노을이 분홍빛으로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다. 문득 그 방향을 눈에 담던 희철은 오락실 기계 위에서 풀썩 내려와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빨간색 가방과 화구통을 한쪽 어깨에 걸었다. 한참 팔랑이던 셔츠 끄트머리에는 구겨진 손자국이 남았다. 희철은 교복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으며 걸어오는 인영에게로 어슬렁 다가갔다.
-어, 박정수. 이제 가냐?
말간 눈동자가 깜박인다. 낯선 이에게서 불린 제 이름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입력해 넣는 중인 모양이다. 물론 누군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희철은 그들의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에게까지 퍽 유명한 얼굴이었으니까. 다만 그 희철이 제게 말을 거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고, 희철이 제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으니까. 그러나 빠안히 분홍빛 노을의 배경을 담고 있는 커다란 눈은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제게 향해 있었다. 정수는 괜히 어깨에 멘 가방을 한 번 고쳐 잡으며 눈을 깜박였다. 대답은 한 박자 느렸다.
-응, 안녕.
희철은 동그란 뒤통수가 사라진 골목 너머로 오래오래 시선을 두었다.
사실 박정수는 모르겠지만, 희철과 정수 사이에는 아주 사소한 접점이 있었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정수와 절친한 동생들이 희철과도 꽤 가깝게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 온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말을 해 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이름과 얼굴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물론 그것도 희철 쪽에서 일방적으로 익힌 안면이었고, 정수는 다른 학생들이 그러하듯 건너건너 들어온 소문으로 희철을 알았다.
온 지구 사람들이 네 다리 정도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던가. 그러니까 그건 아주 사소한 점 하나 같은 사실이었다. 아주 작은 마침표 같은 점. 그러나 희철은 그것을 문장의 마지막에 찍지 않았고, 아주 작은 점을 통해 그 너머를 들여다 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박정수가 그냥 같은 교복을 입은 수백 명 중 한 명으로 인식되는 게 아니라 꼭 자신과 아는 사이처럼 느껴졌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박정수 뿐이 아닐 텐데, 이상하게 그랬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복도나 매점에서 지나가는 걸 보면 혼자 한참 눈에 담곤 했다. 쟤는 오늘도 잘 지내고 있구나, 그런 걸 보는 게 좋았다. 그런 걸 내적 친분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하교 하고 나오는 박정수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 버린 것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무시하고 지나갈 법도 한데 그러지 못하고 단답이나마 인사를 받아준 것이 박정수다웠다. 물론 희철은 아직 그를 잘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늘상 지나다니며 눈에 담은 그의 얼굴과는 퍽 잘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반이 된 적 없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건 대학교 때였다. 두 사람은 3학년 때 축제 주점에서 만났다. 하필이면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천막 안에는 습한 공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바깥에서 묻히고 들어오는 비 냄새. 퀘퀘한 젖은 기운이 짙은 기름 냄새와 뒤섞여 있었다. 바닥은 젖은 흙이 여기저기 웅덩이를 품고 질척였다. 동기들의 손에 이끌려 천막 아래로 들어오던 희철은 그게 싫어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야 그냥 어디 가게 들어가서 마시면 안 되냐? 3학년이나 돼서 뭘 굳이 축제 주점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투덜거리며 플라스틱 의자를 빼 앉던 순간에 눈이 마주쳤다. 초록색 잎새주 앞치마를 입고서 메뉴를 건네주러 왔던 정수와.
-어, 너 박정수 맞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몇 년 되지 않았으니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수도 희철이 그에게 아는 척을 하는 순간 잊고 있던 얼굴이 떠올랐다.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지만 어쨌거나 동창이었다. 희철은 오랜만에 본 얼굴이 반가운지 쟁반을 들고 있는 정수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나 이거 해야 되는데…. 둥그런 은색 쟁반을 안고서 당황한 정수를 끌고서 테이블이 없는 천막 가장자리로 나갔다. 그의 몫이었던 쟁반과 앞치마는 지나가던 국문과 여학생에게 넘겨 주었다. 이름도 모르는 타과생에게 대뜸 물건을 떠안기는 희철을 얼떨떨하게 보던 정수는 손목이 잡힌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와 씨, 진짜 신기하다…. 이런 데서 다 보네.
-그러게.
국어교육과는 남학생이 적어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정수는 3학년이나 되었음에도 빠지지 못하고 주점을 돕고 있다고 말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희철은 1학년 때부터 주점 일을 한 시간도 하지 않고 도망쳤던 자신을 생각하며 어쩐지 고등학교 때 몇 번 보았던 박정수를 떠올렸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던 자신의 인사에도 조금의 망설임 끝에 인사를 받아주었던 얼굴. 희철이 기억하는 정수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래서 후배들 사이에 섞여 주점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게 보였던 것 같다.
천막 가장자리는 공기가 순환해서 그런가 그래도 좀 덜 답답했다.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바깥의 바람이 앞머리를 건드렸다. 바깥과 내부의 경계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주점을 위해 맞춘 학과 단체복인 빨간색 후드티를 입은 정수는 얼굴을 타고 뚝뚝 흘러 내리는 땀을 소매 끝으로 닦아냈다. 비 오는 날 습한 천막 안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보니 더웠던 모양이다. 젖은 앞머리가 이리저리 갈라져 있었다. 희철의 말에 적당한 대꾸를 하며 앉은 얼굴이 피로해보였다. 꼭 주점의 일은 혼자 다 한 사람 같은 얼굴이 영 신경 쓰였다. 희철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얼굴을 쳐다 보았다. 한참 떠들다가 조용해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정수가 그를 돌아봤다. 깜박 눈이 마주쳤다. 문득 적막해진 틈으로 빗줄기가 천막 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투둑 투둑. 무성 영화의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젖은 앞머리 끝에 부침개 반죽에 섞이다 만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 희철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눈썹 위에 묻은 것들을 털어냈다. 갑자기 다가온 손끝에 놀란 정수가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감았다. 도움을 주려다가 그를 괴롭히는 느낌이 된 희철이 어… 미안, 하고 손을 떼어냈다. 불쑥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어색해서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번호.
-어?
-번호 알려 주라. 다시 보게.
정수는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이었고, 고등학교 때 미대 입시를 했던 희철은 교직 이수 과정을 함께 밟는 중이었다. 원래는 선생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는데, 2학년 여름 방학 때 친구를 따라갔던 봉사활동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일에 꽤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김희철이 애들을 가르친다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죄다 안 어울린다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희철은 바로 다음 학기 교직 이수를 신청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같이 듣는 과목도 있었다. 둘 다 수강신청을 실패해서 억지로 우겨 넣은 인기 없는 교수의 전공 과목. 좀 더 잘 가르치고 재미있는 교수도 있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신청을 실패해서 강의 시간 내내 책을 읽는 교수의 수업을 들어야 했다. 정수는 전공 교재 위에 단어장을 펴두고 암기를 하다 졸다 했고, 희철은 휴대폰 게임을 하다가 교재 모퉁이에 낙서를 하다 했다.
그러다가 집이 같은 방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가끔 시간이 맞는 날 나란히 버스를 타고 함께 하교하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서 '임용고시 필수 영단어' 따위가 적힌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정수 옆에서 희철은 폰을 보다 창밖을 보다 정수 보는 것을 반복했다. 학교에서 자취방까지의 거리는 한 가지만 하며 앉아 있기엔 지루했다. 문득 흰 셔츠를 입고 있는 옆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과제 발표가 있어서 단정하게 입어야 하는 날이었다고 했다. 그래도 발표가 끝났으면 단추라도 두어 개 풀 법 한데 정수는 불편하지도 않은지 그대로 하교하고 있었다. 희철은 버스 정류장 앞에서 받은 전단지로 부채질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 대충 티셔츠만 입고 있어도 쪄죽겠는데 셔츠를 목 끝까지 잠그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인사가 닿았던 언젠가의 고등학생 때에도 대충 걸치기만 한 셔츠가 구겨지도록 펄럭이고 있던 자신과는 다르게 단추를 끝까지 잠그고 있었던 것 같다. 얘는 참 한결 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 가지런히 단어장을 내려다 보고 있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넌 안 덥냐?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정수는 동문서답 하며 단어장을 덮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하차 버튼을 눌렀다. 두 사람의 집에 가기 위한 정류장까지는 아직 두 개 정도 남아 있었다. 희철이 당황하며 야 지금 내리게?? 했지만 앞장선 정수를 따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정류장 앞에는 분홍색이 아기자기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희철은 누나 심부름으로 몇 번 사간 적은 있었지만 직접 먹어본 적은 없는 것이었다. 종류가 무척 많지만 뭘 골라야 할지도 몰랐다. 누나가 맨날 먹는 것은 무슨 치즈 케이크라던가 하는 이름이었는데 달고 느끼해서 희철의 입에는 맞지 않았다. 얼떨떨하게 따라 들어가서 당황한 그를 두고서 정수는 익숙하게 맛을 골랐다. 네 것까지 내가 고른다? 희철은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는 본인이 먹고 싶은 맛을 두 개 골랐다. 어차피 애써 희철의 취향을 고려하여 골라봤자 별로란 말이 나올 것 같았다.
-네가 사는 거지?
-네가 무작정 데리고 들어와 놓고?
-네가 덥냐고 물어봐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졌잖아.
-그게 무슨 논리야.
-그리고 너는 알바도 하잖아. 돈 많은 사람이 쏘는 거지.
두 사람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작은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대뜸 끌고 들어와놓고 돈까지 내라는 게 어이 없었지만 실실 웃는 얼굴의 눈썹 옆으로 땀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니 덥긴 했나보다 싶어 그냥 두었다. 제 몫의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어본 희철이 얼굴을 구기고 정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야 너 다 먹어라. 정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어쩐지 사기 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신나게 두 가지 맛을 번갈아 먹는 얼굴을 보니 타박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누나의 심부름으로 들를 때마다 핑크색의 작은 숟가락이나 알록달록한 인테리어가 영 간지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수랑 마주보고 앉아있을 때에는 그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늘 단어장이나 펜 따위를 쥐고 있던 저보다 조금씩 작은 손에 들린 핑크색 숟가락과 시원한 공간 안에 가득한 달콤한 냄새. 그게 정수와 잘 어울렸다. 정수는 기분이 무척 좋은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행복하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두 컵이나 비웠다. 얘가 이런 얼굴도 할 줄 아는 애였나. 그 낯선 장면이 이상하다기보단 오히려 신기하고 보기 좋아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쳐다보게 됐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정수는 이벤트 기간이라고 받은 캐릭터 인형을 조물거리고 있었다. 눈이 뾰족한 까만 고양이에 빨간 하트가 열매처럼 달려 있었다. 봉제 인형보다는 말랑한 실리콘 느낌에 가까운지 꾹꾹 누르는 손끝에 제법 힘이 들어가 보였다. 희철은 가방을 챙겨 일어나며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걸 어디다 써?
-귀엽잖아.
-아니, 귀엽긴 한데…. 딱히 쓸모는 없는 거 아냐?
-귀여운 게 얘의 쓸모야.
퍽 단호하게 하는 말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뭐 자신이 만화 피규어를 모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차피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를 따라 일어나던 정수가 인형과 희철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근데 얘 좀 너 닮은 것 같다.
-뭐? 어디가?
관심 없이 흘끔 쳐다보기만 했던 희철이 인형을 제대로 보기 위해 불쑥 몸을 가까이 했다. 인형을 손에 쥐고 있던 정수가 놀라 몸을 물렸다. 희철은 손목을 잡아 인형을 눈높이로 들어 올리고서 정수의 손에 들린 인형을 들여다 봤다. 제법 진지하게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는지 그대로 한참을 서 있었다. 길쭉한 손가락에 붙잡힌 손목이 따끈해졌다. 그렇게 볼 거면 자기가 들고 봐야 되는 거 아냐? 왜 내 손목을 잡고…. 어색하게 몸을 물린 채로 눈을 깜박이던 정수가 결국 잡힌 손목을 빼내고서 희철에게 인형을 휙 안겨 주었다.
-야, 이거 느낌 이상해! 다시 가져 가!
말캉한 실리콘의 촉감이 낯설었다. 낯설기는 해도 부드러운 느낌이 기분 나쁜 것은 아닐 텐데 희철은 무슨 더러운 물건을 만지는 것 마냥 손끝으로 인형을 잡고 울상을 지었다. 정수는 대꾸하지 않고 앞장서 걸어 나갔다. 바깥의 더운 공기가 훅 밀려왔다. 네가 그렇게 손 잡고 몸을 가까이 하면 느낌 이상한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외면하고 돌아선 귀끝이 화끈거렸다.
두 사람은 희철의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게임을 했다. 정수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지만 희철은 혼자 살고 있어 종종 놀러가곤 했다. 희철 역시 중고등학교 때에는 같은 동네에서 살았지만, 희철이 성인이 된 후 부모님은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가셨다. 덕분에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무척 자유로웠다. 학교에서 몇 정거장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워낙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탓에 자취방에 판을 벌려놓고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늘은 웬일로 너희 집에 사람이 없네.
장난스럽게 말하며 들어온 정수가 익숙하게 라면에 물을 올렸다. 반 쯤 농담 같았지만 언젠가 희철이 너도 같이 놀자고 불렀을 때 시끄러운 것도 싫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뒤섞여 있는 건 더 싫다고 거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진심이었다. 그걸 아는 희철이 괜히 눈을 굴렸다.
희철의 집에는 라면을 끓일 만한 냄비가 한 개밖에 없어서 한 사람이 먼저 끓인 뒤 그릇에 옮겨 담으면 다음 사람이 끓여야 했다. 무척 불편하고 이상했지만 두 사람의 입맛이 달라서 나름 괜찮은 방법이긴 했다. 정수는 희철이 가방을 정리하고 오는 사이 제 몫의 라면을 끓여서 식탁에 앉았다. 젓가락을 쥐고 면을 후후 불어 식히는 뒤통수를 본 희철이 짜증을 냈다.
-야, 같이 먹어!
-싫어. 그동안 불잖아.
-와, 치사한 새끼. 여기 우리 집이거든?
-그 말이 더 치사한 것 같은데…. 먹고 나 먼저 씻는다?
희철이 툴툴거리면서도 제 몫의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를 씻었다. 사실 뜨거운 걸 잘 먹지 못하는 희철은 라면을 끓이고도 한참 식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희철이 먼저 끓이면 될 일이지만 이상하게 꼭 정수가 먼저 라면을 끓이게 됐다. 정수는 희철이 라면을 먹고 뒷정리를 하는 사이 자신이 예전에 가져다 둔 편한 옷과 속옷을 챙겨 들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설거지를 마친 희철도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에는 집에 오는 길에 사온 막대 아이스크림을 물고 침대 위에 앉아 발을 까닥이고 있었다.
-야, 침대에서 먹다 흘리지 마.
-어엉.
저게 진짜…. 지네 집이었으면 당장에 침대에서 내려오라고 지랄했을 놈이. 희철이 건성으로 대답하는 정수를 흘겨보며 티비 앞에 앉아 게임기를 연결했다.
-머리에서 물도 떨어지잖아.
-아.
-아, 는 무슨 아. 진짜 웃기는 새끼라니까 이거. 빨랑 내려 와 앉아. 게임이나 하게.
탈탈탈 돌아가는 선풍기가 두 사람의 주변으로 꾸준히 바람을 흘려 보냈다. 정수가 입에 물고 있는 오렌지맛 아이스크림이 바람에 슬슬 녹아 내렸다. 나무막대를 타고 흐른 주황빛 액체가 바닥으로도, 반바지를 입은 정수의 다리 위로도 둥글게 맺혔다. 살랑 부는 바람 탓에 좀 더 빨리 녹는 듯했다. 아직 젖은 머리에서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정수가 게임기를 잡고 있는 손을 잠시 놓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문 뒤 다시 입술 사이에 물 때마다 끈적끈적한 단내가 났다. 그 꼴을 본 희철이 또다시 타박을 하는 대신 티슈 상자를 툭 던져줬다. 입가에 고인 아이스크림을 스읍 빨아먹은 정수가 허벅지에 떨어진 자국을 대충 슥슥 문질러 닦았다.
-야! 넌 진짜!!!
희철은 게임을 할 때 꼭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야 되는 사람이었다. 나름 게임 실력에 자부심이 있어 누구랑 게임을 하든 꼭 이겨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수랑 할 때는 그게 안 됐다. 정수는 게임에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꼭 희철이 주캐로 잡고 하는 캐릭터를 골랐다. 그렇다고 잘 하는 건 아니었다. 번번이 게임기를 잡은 손가락을 어설프게 파닥이다가 죽어버리곤 했다. 그럴 거면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로 실력 발휘 하게 다른 것 좀 고르라고 해도 그냥 얘가 맘에 든다고 고집을 부렸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희철이 그런 정수를 이겨 먹지 못했기에 매번 반복이었다. 차라리 처음 게임을 같이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처럼 그건 내 거라고 못을 박아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거 아냐?
-너 때문에 나까지 죽었잖아! 너 그따위로 할 거면 캐릭터 바꿔.
-아니, 나는 제대로 했는데 게임기가 이상한 거라니까? 봐봐, 다시 한 번 해 봐.
-기어이 또 그걸로 하겠다고?
GAME OVER 메세지가 떠오른 화면을 보며 빽 소리를 지르자 정수가 눈을 깜박이며 슬쩍 웃는다. 아무 것도 모르는 냥 뻔뻔하게 눈을 접어 웃는데, 자기도 게임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게 분명했다. 그러면서 슬슬 웃으며 고집을 부려 희철을 놀려 먹기까지. 저거 저거 분명 일부러 그러는 건데…. 희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걸 알면서도 제대로 구박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뺏어가고, 답답할 정도로 게임을 못 하는데도 이상하게.
-아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결국 희철이 정수를 이겨 먹지 못한 채 다음 판이 시작되었고, 결국 정수는 또다시 어설프게 캐릭터를 굴리다가 죽고 말았다.
희철은 무어라 확 말을 하려다 그냥 게임기를 던져 버리고 침대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드러 누웠다. 끈적해진 손을 물티슈로 닦고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휴지통에 던져 버린 정수가 옆으로 따라 누웠다. 크지 않은 침대에 성인 남자 두 명이 나란히 누우니 몸이 닿을 만큼 비좁았다. 선풍기가 돌돌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뒤척일 때마다 늘어진 팔다리 따위가 가볍게 스쳤다. 티비 화면에는 GAME OVER 메세지가 뜬 종료 창이 깜박이고 있었다. 아 저거 꺼야 되는데…. 그걸 보니 또 고집을 부려놓고 게임은 못하는 박정수가 짜증났지만,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는 평화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 선풍기가 회전하며 간지러운 바람을 흘려 보냈다. 희철이 슬쩍 눈을 돌려 옆자리를 쳐다봤다. 정수는 눈을 깜박이며 천장을 올려다 보다가 침대에 걸친 다리를 까닥이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도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눈 적 없던 박정수와 이렇게 지내게 될 줄 몰랐는데. 비오던 축제 날 학과 주점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르는 채 지냈겠지. 그만큼이나 멀리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함께 있는 시간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될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답지 않게 감상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낯선 기분이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더라 하는 생각이 여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희철이 문득 닿을 듯 말 듯하게 침대 위에 놓여 있는 손을 겹쳐 잡았다. 다리를 까닥이며 이름 모를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던 정수가 잡힌 손을 흘끔 쳐다 본다.
-안 더워?
-그래서 아이스크림 사줬잖아.
정수가 물었고, 이번에는 희철이 동문서답한다. 왠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핑크색의 작은 숟가락이나 알록달록한 공간, 시원하고 달콤한 냄새 같은 딱 그런 기분. 평소의 희철이라면 꺼릴 모든 것들이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잡힌 손은 꼼지락거리만 할 뿐 대답이 없다. 희철은 괜히 눈을 굴리며 슬쩍 덧붙였다.
-세 개나.
*
그런 날들이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사람들 같지 않게 금방 가까워졌다. 함께 강의를 듣고, 버스를 타고, 가끔 밥을 먹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기도 했다.
중간고사의 마지막 날, 희철은 정수에게 시험 끝나고 뭘 할 거냐고 물었다. 정수는 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지 뭐…. 대충 대답하는 얼굴에 시선이 유난히 오래 닿았다. 희철에게 너는 뭘 할 거냐고 되묻지 않은 건 당연히 희철이 자주 어울리던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요점정리 해둔 종이를 넘겼다. 마지막 날의 마지막 시험은 희철과 정수가 함께 듣는 전공 수업이었다. 지루하게 교재를 읽는 그 전공. 강의는 되게 못하면서 시험은 까다롭게 꼬아 낸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신경이 쓰였다. 시험이 시작하기 전 옆 책상에 앉아 마지막으로 내용을 훑어 보는 얼굴을 자꾸만 흘긋 쳐다보던 희철이 물었다.
-별 보러 갈래?
정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희철을 쳐다봤다. 희철은 어쩐지 시선을 절반쯤 비껴나가게 흘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눈을 깜박이며 쳐다보고만 있자 데구르 굴러가는 시선이 몇 번 스쳤다. 평소같지 않은 망설임 어린 간지러운 얼굴에 왠지 웃음이 터졌다.
-뭐야, 사람이 모처럼 진지하게 말하는데 왜 웃어.
-꼬시는 수법이 너무 구식인 거 아냐?
-야, 꼬시다니 누가.
-그럼 데이트 하자는 말 아니야?
-…맞아, 맞는데.
-…….
-그래서 안 간다고?
희철은 투덜거리듯 말하면서도 슬쩍 눈을 굴려 정수를 쳐다 봤다. 뭐야 꼭 주인 대답 기다리는 반려 동물 같네…. 정수가 한 번 더 웃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갈게.
-그럼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하지 괜히 사람 쫄리게.
-그냥. 좀 귀여운 것 같아서.
왠지 놀려 먹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냥 순순히 대답해주고 싶지 않아지는 얼굴. 정수가 남아 있던 웃음을 마저 흘리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 너머에 남은 희철이 한 박자 늦게 황당하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뭐?
시험이 끝나고 남은 전공 교재들을 사물함에 박아 두고 캠퍼스 뒤쪽에 있는 오르막길을 올랐다. 언덕을 둥글게 감아 난 도로 가장자리에는 두 사람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폭의 공간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오래된 벚나무도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농담답게 하얀 팝콘같은 꽃들이 길을 따라 가득 피어 있었다. 벚꽃 구경으로 더 유명한 장소가 많았지만 그런 곳은 이미 사람들이 북적여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기 힘들었다. 캠처스 뒤의 오르막길은 사람들이 잘 걸어서 다니지 않는 곳이라 가끔 오가는 차들을 제외하고는 둘 뿐이었다. 그래서 희철이 가끔 찾아오는 비밀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꽃과 별을 배경 삼아 술을 마시면 술이 술술 들어갔다. 그냥 놀이터에서 병나발 부는 것보다 훨씬 고급진 노상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한참 걸어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캠퍼스와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굳이 걸어서 오르기에는 힘든 경사였지만 그 장면을 보면 힘든 게 잊혀지곤 했다. 두 사람은 가장 높은 곳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온 음료와 과자를 나눠 먹었다. 길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발 아래로 멀어진 도시가 가득 펼쳐졌다.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 높이가 현실과의 거리감처럼 느껴지곤 했다.
-피곤하냐?
-으음…. 조금.
-괜히 오늘 왔나. 다른 날도 많은데.
아냐, 이런 건 타이밍이니까. 정수가 피곤한 눈을 조금 문지르다가 답했다. 노을이 차츰 멀어지고 밤빛이 깔리고 있었다. 해가 지고 별이 떠오를 즈음의 시간이었다.
-뭐야…. 별은 하나도 없네.
그러나 별 보러 가자고 간지러운 말을 꺼낸 게 무색하게도 별은 한 조각도 없었다. 어둠이 가득 깔리고도 하늘은 짙은 먹색만 일렁일 뿐이었다. 오히려 발 아래로 깔린 도시가 더 존재감 있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도 예쁘다. 여기.
-…….
-나 밤에 보는 벚꽃은 처음이야.
정수도 아쉽기는 했지만 희철이 유난히 속상해하는 것 같아 슬쩍 달래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하는 말은 아닌 게, 정말로 밤빛이 물든 벚나무들이 무척 예쁘기도 했다. 실망한 두 사람 뒤로 불어오는 바람에 벚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그때마다 흰 꽃잎이 눈처럼 어른어른 흩날렸다. 발 아래 깔린 도시로 떨어져 내리는 흰 빛들이 꼭 별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낮에 보는 벚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서 처음처럼 새로웠다. 은은한 달빛과 가로등 불빛이 벚꽃 사이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물 속에서 쏟아지는 빛을 바라보는 것처럼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정수는 걸터 앉아 있던 길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벚나무 아래에 섰다. 손을 뻗어 하늘하늘 흩날리는 꽃잎들을 만져 보았다. 꼭 별을 손에 쥐는 것 같은 느낌에 웃음이 났다. 발 아래로 깔린 도시의 빛도, 머리 위에서 어른거리는 별 같은 흰 꽃들도. 모두 꿈속같은 장면이었다. 신기한 풍경을 하염없이 눈에 담는 정수의 뺨이 둥글게 말렸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희철이 아쉬움을 접어두고 말했다.
-…그냥 꽃 보러 가자고 할 걸 그랬다.
-뭐든 예쁘면 됐지 뭐.
어차피 꽃이든 별이든 핑계일 뿐이었다는 걸 두 사람 다 알았다. 사실 하고 싶은 건 함께 있자는 말이었겠지. 시험이 끝난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뒤엉겨 있을 때 우리 둘이 함께 있자는 말. 당연히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갈 줄 알았던 희철이 제게 할 일을 물은 건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예쁜데 혼자 봤으면 쓸쓸했을 뻔 했다.
정수가 떨어지는 꽃잎을 손바닥에 잡으며 말했다. 별도 꽃도 홀로 하교하는 길에 종종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다정하게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부는 바람에 지는 꽃잎이 쓸쓸하게 보여서 괜히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머리 위에도 발 아래에도 온통 아름다운 곳에 덩그러니 혼자 있으면 유난히 외로워질 때가 있으니까. 역시 혼자가 아니라서 그런 가보다. 정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잔잔히 웃었다. 손바닥 안에 귀엽게 안긴 꽃잎들이 함께 별을 보러 가자고 눈을 굴리던 희철을 닮은 흰 별 같아서 왠지 소원이라도 빌어야 할 것 같았다.
-만날래?
잔잔한 목소리가 등 뒤에 닿았다. 돌아본 자리에는 어느새 일어난 희철이 퍽 진지한 눈으로 서 있었다. 별을 흘리는 나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여전히 흰 빛을 가득 보내주고 있었다.
-꽃이 별 대신 떠오른 밤에는 나랑…… 만나자.
-…….
-오늘처럼 같이 있자.
별을 보러 가자는 약속을 하고서 만나게 된 꽃들이었지만 그 역시 아름답고, 그 역시 정수가 좋아하니 좋았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런 날들에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런 날만은 서로를 떠올리게 되었으면 하는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날만은.
-별은 하나도 없고 꽃은 가득 핀 오늘 같은 날?
-응.
-그런 날이 자주 있을까?
희철이 조금 전의 정수처럼 손을 펼쳐 하늘하늘 날리는 꽃잎을 잡았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진다. 별이 가득 열린 나무 아래 선 정수의 앞에 다가온 희철이 꽃잎이 붙은 손바닥을 겹쳐 잡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영원히 있지 않을까?
사실 약속하고 싶었던 영원을 꽃과 별을 빌려 빌었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상대와, 처음으로 보게 된 밤 벚꽃. 그건 어쩐지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어서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것만 같았다. 오래 오래 함께 있고 싶어지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간지러운 바람까지도.
*
정수는 처음 교생 실습 나갔을 때의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 항상 남학생들만 상대하던 정수에게 여학생들의 와글와글하고 까랑까랑한 분위기는 영 적응이 안 됐다. 남자 애들은 슬쩍 말을 돌리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는데, 여자 애들은 정수와 수업할 기회가 많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이야기를 들어야 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퍽 집요했다. 정수가 말을 돌리려고 잔머리를 부려 보아도 똑부러지게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조르고 있었다.
"선생님, 미술 쌤 얘기 하나만 해주세요~"
"재밌는 얘기 하나만 해주시면 열심히 할 게요!"
희철이 출장을 나가는 바람에 정수가 그 시간을 대신 지도하게 됐다. 원래 국어인 정수가 훨씬 수업이 많은 편이라 그럴 일이 없었는데, 마침 정수의 수업이 있던 반이 다른 반과 합동으로 참관 수업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비었다.
"진짜 들려줄 만한 재밌는 얘기가 없어…. 그냥 오래된 친구 같은 사이야. 그리고 여러분도 미술 선생님은 저보다 더 잘 알잖아요."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애인인데!"
"미술 쌤 저희한테 하는 거랑 국어 쌤한테 하는 거랑 다르다고 이미 소문 다 났단 말이에요."
정수가 아무리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돌리려 해도 아이들은 집요했다.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건 아니고 조용히 자습을 하도록 지도하면 되는 것이긴 했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차분해지질 않았다. 결국 정수는 휴대폰을 꺼냈다. 일단 뭐라도 들려줘야 말을 들을 것 같았다.
"그럼…. 잠깐 통화만 할 게요."
반짝이는 수십 개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는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정수가 괜히 침을 꼴깍 삼켰다.
-어, 정수야.
"…희철 쌤."
-아 지금 수업 중이야??
평소 같지 않은 호칭에 눈치 빠른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 수업에 대신 들어간 정수를 보고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를 아이들이 눈에 훤했다. 곤란해하고 있을 정수의 얼굴도.
"웃지 마아. 너 도대체 학생들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다녔길래 애들이 네 얘기 해달라고 난리야?"
-내가 뭘?
안 그러냐 얘들아? 희철이 묻자마자 교실 안이 온통 미술 쌤은 잘못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희철이 학생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고 인기도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새삼 신기했다. 희철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4교시 수업 중인 제 교실에 들어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거 거의 김희철 팬클럽인데? 정수가 조금 웃었다.
"바쁜데 전화한 거 아니야?"
-아냐, 한가해.
"일하러 간 사람이 왜 한가해…."
-네 전화 받을 정도는 된다는 거지.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 자기들끼리 평소처럼 통화하던 두 사람은 학생들이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왜 전화 했어요? 알 것 같긴 하지만.
"희철 쌤이랑 제 얘기가 궁금하대요."
-박 쌤이 해주면 되지 왜 나한테 전화까지 했어요? 나 보고 싶어서?
"…무슨 얘기를 해줘야 될 지 모르겠어요. 저 대신 희철 쌤이 좀 해주세요."
아이들은 드디어 선생님들의 연애 썰을 들을 수 있는 건가 하는 기대로 눈을 빛냈다. 희철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왔다.
-그래, 무슨 얘기가 듣고 싶어서 국어 쌤을 그렇게들 괴롭혔냐.
"첫키스 얘기해주세요~~"
-처음 온 교생 선생님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맨날 보던 선생님들 첫키스 얘기가 왜 궁금해.
"그래두요~ 국어 쌤은 맨날 남자 애들이랑만 있으니까 저희는 처음이나 다름없죠."
"그리고 쌤도 첫키스 얘기 한 번도 해준 적 없잖아요."
제게도 와글거리며 달려드는 학생들이 처음 교실에 들어온 정수에게는 얼마나 더했을지 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정수가 당황하고 제게 전화까지 한 것도 당연했다. 공부만 하느라 재밌는 일이라곤 없는 고등학생들의 호기심은 대단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관심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줘야 만족을 한다. 희철은 괜히 더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무 화끈해서 너희 감당할 수 있겠냐?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에 교실 안이 시끄러워진다. 정수는 제가 더 창피한 얼굴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으로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대주고 있었다.
-나 국어 쌤한테 혼나니까 나중에 몰래 얘기해줄게.
교실이 조금 잠잠해질 쯤에 희철이 웃으며 말했다. 정작 진짜로 이야기를 해준 것은 하나도 없는데 아이들은 신나게 대답을 했다. 어쩌면 희철과 정수의 대화를 본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관심이 충족된 모양이었다.
-짜식들아. 내꺼 괴롭히지 말고 말 잘 듣고 있어. 알았어?
마지막까지 장난스럽게 말한 희철이 정수를 불렀다. 학생들에게 전화기를 대주고 희철과 학생들 사이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정수가 다시 전화를 넘겨 받았다.
"희철아, 이따 다시 전화할게. 일 잘 하고~"
-그래, 집에서 봐.
"퇴근은 바로 집으로 하지?"
-아마 그럴 것 같아. 생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으면 데리러 갈게.
"응, 이따 다시 얘기해."
그런 대화까지도 학생들에게는 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잘생긴 선생님들의 다정한 대화라니 어느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었다.
"어후…. 얘는 쓸데없는 말을 참 잘해요. 그쵸."
전화를 끊은 정수가 다시 휴대폰을 집어 넣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긴 했지만 처음보다 훨씬 긴장은 풀려 있었다.
"얘가 나중에 진짜 첫키스 얘기 하면 무슨 말 했는지 저한테도 꼭 귀띔 해줘야 해요. 알았죠?"
학생들에게도 존대를 섞어 말하는 국어 선생님이 미술 선생님에게는 얘나 걔 같은 호칭이 쉽게 나온 다는 게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아이들은 약속대로 책을 펴고 자습할 준비를 하면서도 남은 관심을 반짝반짝 흘렸다.
"진짜 미술 쌤 혼내시려구요?"
"제가 혼내긴 뭘 혼내요, 그거 걔가 그냥 과장하는 건데. 다 거짓말이니까 믿지 마세요."
"희철 쌤이 정수 쌤한테 엄청 다정하고 잘 하신다고 소문 쫙 났잖아요."
"그 소문 참……. 사라지지도 않네."
"그럼 아니에요??"
"저희 다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아주 아닌 건…. 아니지만."
소문의 얘기를 하면 참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분명 잘못 전달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니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니까. 정수는 그냥 웃었다.
"그럼 보기보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고 배려도 없고 애인으로 완전 별로인 스타일이에요???"
"그럼 국어 선생님이 희철 쌤이랑 만나겠냐."
"그래도. 소문이 틀렸다고 하시니까 그렇지."
"막 앞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하고 뒤에서는 쓰레기 같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
“뭘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냐….”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투덜거렸다. 그게 뭐라고 진지한 모습들에 정수가 조금 웃었다.
"그럴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정수의 얼굴은 무척 편안하고 다정해보였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신뢰 관계가 보이는 듯했다. 학생들은 문득 무심하게 툭툭 건네는 말과 시선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던 어느 날 희철의 얼굴이 그 순간과 닮아 있었을까 생각했다. 부정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문의 내용과 닮은 얼굴이었다. 학생들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소문 맞잖아요."
정수는 그냥 웃으며 교탁 앞에 앉았다.
*
"왜 싸웠어?"
상담실에 앉은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공간에 들어오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 모양이었다. 착실하고 순하던 아이들도 상담실에 앉아 있을 때면 고집스러울 만큼 입이 무거워지곤 했다. 상담실에 들어올 일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착실하기만 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겠지만.
"그래, 말하기 싫겠지. 그러니까 자세한 건 묻지 않을게. 어차피 너희 둘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
"그렇지만 얘들아."
"……."
"이런 일이 자주 생기고 길어질수록 가장 후회하는 건 너희 본인이 될 거야. 선생님은 너희가 그러지 않았으면 하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고."
아이들은 나란히 상처를 달고서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있었다. 성적은 엉망이어도 사고 한 번 안 치던 아이와 착실하고 모범생 같던 아이가 어쩌다 주먹다짐까지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이야기할 마음이 없으니 자세한 상황까지는 정수가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들 나쁜 아이들이 아니니까.
"음. 오늘은 반성문 한 장 쓰고 돌아갈까?
정수가 최대한 밝게 분위기를 환기하며 말할 때 쯤 문이 드륵 열렸다. 정수를 찾아 들어온 희철이 이미 교내에 소문이 쫙 난 다툼을 한 얼굴들을 보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얌마, 네가 착한 애 괴롭혔지?"
"…그런 거 아니에요."
"희철 쌔앰."
정수가 슬쩍 눈치를 주자 옆자리의 의자를 빼서 앉는다. 아이들은 여전히 고집이 가득 묻은 얼굴로 종이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반성문은 원래 누구나 쓰기 싫은 법이었다. 그래도 펜을 쥐고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뭘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봐. 다들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정수의 머릿속이 빤히 보이는 희철이 힐끗 돌아 보더니 책상 아래로 정수의 손을 잡는다. 야 뭐해애. 정수가 놀란 눈을 크게 뜨며 입만 벙긋거려 말했다. 당황했는지 호칭이 '희철 쌤'도 아니고 '야'였다. 희철이 턱을 괸 채 싱긋 웃었다. 애들 반성문 쓰는 앞에서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정수가 잡힌 손을 흔들었지만 희철은 좀 더 힘을 줘 꽉 붙잡을 뿐이었다. 마주친 눈이 반짝 웃었다. 그러자 정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걱정 좀 적당히 해라."
"네?"
종이 위에 펜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던 상담실 안에 갑작스럽게 들린 말소리에 아이들이 눈을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수는 별 거 아니라고 손을 내저으며 얼버무렸다. 책상 아래로는 여전히 손이 붙잡힌 채였다. 희철은 손을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손가락 마디마디를 꾹꾹 눌렀다. 그 손끝에 담긴 의미를 알기에 정수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냐…."
"아니기는 무슨."
반성문 쓰기를 마친 아이들이 펜을 내려놓았다. 그제야 손이 자유로워진 정수가 글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모아서 탁탁 정리했다.
"애들이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 안 그러냐?"
희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너무 심하게 싸우지들은 말고. 여기 박 선생님이 엄청 걱정하시잖아. 싸우는 건 상관 없는데 선생님 속 썩이지는 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짜…."
"왜, 맞잖아."
정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희철은 어깨를 으쓱이며 한 번 더 으름장을 놓았다.
"알았냐 둘 다?"
"…네에."
"어쭈. 너는 대답 안 한다 이거냐?"
정수가 쓸데없는 소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성실하게 대답한 J와는 다르게 H는 대답이 없다. 상담실을 나가기 위해 일어선 채로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런 종류의 마음은 희철이 가장 잘 알았다. 가오 빼면 시체인 열일곱의 오기였다. 혼나서 상담실까지 불려온 상황에 선생님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대답하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 역시 그랬으니까. 희철은 뻣뻣하게 굳은 뒤통수를 툭 때리고서 어깨를 으쓱였다.
"얌마. 너 그러다 나중에 진짜 후회한다?"
선생님한테 잘못한 것도, 친구한테 함부로 군 것도. 그거 나중에 생각하면 다 이불킥할 일이라고. 가볍게 말하며 웃는 희철의 얼굴에는 기분 나쁘지 않게 진심이 전해지는 힘이 있었다.
"아 맞다, J야."
"네?"
"상담실 온 김에 이것두 하나 가져가서 먹어."
둘 다 하나씩 가져가면 되겠다. 정수가 눈을 접어 웃으며 비타민 음료를 하나씩 들려 주었다. 사실 J를 볼 때면 늘 그런 것들을 뭐든 하나씩 쥐여 주고 싶었다. 입시 스트레스며 반장으로서의 책임감, 집에서 거는 기대가 만드는 부담감 따위가 그득한데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티 안 내려고 하는 얼굴이라서 그랬다. 분명 힘이 들 텐데도 오기로 똘똘 뭉쳐 버티는 열일곱의 얼굴에 유난히 마음이 쓰였다. 그 역시 지나온 날들이었기에 다른 말보다도 필요한 것들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었다. 정수가 비타민 음료를 넘겨주며 맞잡은 손을 꼭 붙들고서 당부했다.
"핫식스 같은 거 너무 많이 마시지 말구…."
"네. 감사합니다."
대답은 그렇게 잘 하지만 그래놓고 시험 기간이면 하루에도 몇 병의 카페인 음료를 비울 거라는 걸 알았다. 그 역시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만 마시라는 말 대신 괜히 그런 걸 하나 더 쥐여주는 것이었다.
"쟤 되게 너 어릴 때 같지 않냐."
아이들이 나가고 난 상담실에 남은 정수는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희철이 등 뒤에서 건넨 말에 정수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너도 그 생각 했어? 나도 쟤네 볼 때마다 우리 어릴 때 생각 나던데. 사실 고등학생 땐 잘 모르는 사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걱정 좀 적당히 하라니까. 쟤네도 저러다 좀 지나고 나이 먹고 하면 또 잘 지내겠지."
"진짜 그런 거 아니었다니까…."
"얼굴 다 읽히던데 아니긴 개뿔."
종이컵에 코코아 한 봉지와 커피 한 봉지를 섞어 타 책상으로 돌아온 정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컵에서 달콤씁쓸한 냄새가 났다. 정수는 더 변명하는 대신 따끈한 차를 홀짝였다. 희철도 더 따져묻지 않고 책상 위에 길게 늘어놓은 팔에 얼굴을 기대고서 정수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따뜻한 액체가 담긴 종이컵을 쥐고 있는 손이 평소보다 따뜻했다. 정수는 종이컵을 홀짝이며 희철이 자신의 손을 조물거리는 것을 흘끔 쳐다봤다. 희고 고운 손에서는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고무 냄새 난다."
"그러냐? 완전 개코네 개코."
"고무 판화 작업 했나 보네. 그거 재밌었는데. 나도 가서 같이 해도 돼?"
"아서라. 저번에 아주 그냥 손가락 하나 잘라 먹을 뻔 해놓고. 이번엔 또 어디를 베어 놓고 내 탓을 하려고."
희철이 조각칼로 판화 작업을 하는 옆에서 기웃거리던 정수가 손가락을 깊이도 베어 먹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놀란 희철이 작업하던 조각칼을 던져두고서 마른 수건으로 꽁꽁 감싼 손을 붙잡고 잔소리를 했다. 세상 꼼꼼하고 예민하게 생긴 놈이 왜 이렇게 어설픈 거야…. 다행히 꿰매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처가 꽤 깊어 오랫동안 밴드를 감고 다녀야 했다. 그 기간 내내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프다고 꿍얼거려서 희철은 괜히 제 잘못도 아닌 일로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그 이후로 희철은 정수가 제 작업에 관심을 가질 때마다 걱정부터 하게 됐다. 정수도 그걸 알기에 더 조르지 않고 그냥 눈을 접어 웃었다.
"그럼 그냥 가서 구경할래…. 그건 괜찮지."
흰 손바닥에서는 고무의 까만 냄새가 났다. 조각칼을 쓰는 작업을 많이 하는 희철에게 종종 묻어 있는 것이라 신기하게 마음이 편했다. 정수는 코코아와 커피가 섞인 종이컵을 홀짝이다가 그 손을 가까이 끌어다 놓고 냄새를 맡았다.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얼굴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희철이 정수의 이마를 툭 쳐버렸다. 니가 무슨 개새끼냐? 그러나 기분 나쁘다는 얼굴은 아니었고, 정수도 그걸 알기에 가볍게 눈을 접어 웃었다.
허, 숨을 토해내며 웃은 희철이 뒤통수를 가득 덮어 끌어당겼다. 동그랗게 말린 입술이 달싹일 때마다 조금 전 마신 코코아도 커피도 아닌 음료의 달콤씁쓸한 향이 피어 올랐다. 고개를 비스듬히 꺾던 희철이 짐짓 얼굴을 찌푸렸다.
"…존나 달아."
"선생님이 착한 말을 써야지."
"내가 네 선생님이냐?"
그건 그러네……. 단 냄새가 나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웃던 정수가 다가온 얼굴에 입을 다문다. 희철은 다시 익숙한 각도로 고개를 꺾어 입술을 겹쳤다. 젖은 혀가 얽히는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고요한 상담실은 그밖의 소리가 크게 느껴지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뺨을 감싸 끌어당기고 입술을 빠는 동안에도 닫힌 문 밖으로 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이 상담실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 정수가 눈을 설핏 찡그리고 생각했지만 이내 아무래도 어떤가 싶어졌다.
"집중 안 하냐?"
살짝 떨어진 입술 사이로 숨소리가 간지럽게 닿는다. 희철이 미간을 찌푸리고 짐짓 단호하게 말했다. 정수가 살짝 뜬 눈으로 그 얼굴을 눈에 담았다. 성격 나빠 보인다. 옛날처럼.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정말로 조금 전 상담실을 나간 H 만큼 제멋대로 삐딱하던 때의 희철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 얘기를 했다가는 정말로 성격 나쁘게 굴 것 같아, 찌푸린 미간을 꾹꾹 문지르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
제대로 동거를 시작한 이후로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이 있었다. 아침잠이 많은 정수는 항상 준비가 아슬아슬하게 늦어졌다. 일찍 일어나 준비랄 것도 없이 대충 편하게 챙겨입는 게 전부인 희철은 엘리베이터를 잡고 정수를 기다리는 게 당연해졌다.
"빨리 안 오면 버리고 간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익숙하게 한손으로 휴대폰을 보면서 자기 할일을 하고 있었다. 정수도 희철이 혼자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덜 잠근 넥타이를 걸친 채 자켓에 팔 넣으면서 나오면서도 불안함이 없었다. 정수가 후다닥 엘리베이터에 올라 덜 마른 머리를 털며 식빵을 우물거렸다. 입에 물고 나와서 베어 먹던 빵을 희철의 입가에도 가져다 대면 익숙하게 받아 먹는다. 그렇게 나와 함께 차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어, 애들이다."
"누구?"
기다란 손가락이 가르키는 끝에는 앞뒤로 멀찍이 떨어져 걷는 뒤통수 둘이 있었다. 누가 봐도 아침부터 한바탕 한 사람들이었다. 고집스레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라 다른 방향으로 갈 수가 없었다. 정수가 신호에 멈춰 서며 어깨를 으쓱였다.
"쟤네 또 아침부터 싸웠나보다."
"그러게. 좀 잘 지내나 싶더니 어째 도로 그대로냐."
"너 닮은 H 성격 좀 죽이라고 해.."
정수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같은 교복을 입은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희철이 어이 없다는 얼굴을 했다.
"야 웃긴다. 너는 아닌 줄 아냐? 내가 봤을 땐 저거 J 쟤 고집 때문에 더 사이 안 좋은거야."
억울하다는 듯 투덜거리는 희철을 보고 웃던 정수가 문득 물었다. 우리도 고등학교 때 만났으면 저렇게 사이가 나빴을까? 희철은 오래 고민 않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글쎄. 어쨌거나 지금은 나름 잘 지내고 있잖아. 그럼 된 거 아냐?"
"잘 지내는 거라고 누가 그래?"
정수가 슬쩍 눈을 접어 웃으며 익숙한 장난스러운 얼굴을 한다. 희철의 얼굴에도 역시나 익숙한 황당함이 떠오르고 만다. 꽃이 가득 떠올랐던 어느 밤에서 이어진, 아주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얌마!"
올해 수학 과목에 새로 부임한 규현은 S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 희철과 정수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1학년으로 만나 가르친 제자이기도 했다. 어느새 두 사람과 같은 대학교를 졸업해 새내기 교사로 임용되어 왔다.
"선생님. 저 이 학교 학생이었잖아요."
"네에."
"근데 왜 저한테 존댓말 하세요?"
규현과 정수는 자료실에 앉아 축제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남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들이었는데, 참고 자료를 여러 장 펼쳐 두고 확인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서 교무실에서 하기가 불편해 따로 빠져나와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학교니까요…. 보는 사람도 많고. 학생들은 규현 쌤이 제 제자였던 거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미술 선생님한테는 자주 반말하시잖아요."
"그게 진짜,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다 실수로 튀어나오는 건데. 나도 곤란해 죽겠어요…."
정수가 눈꼬리를 늘어트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건 정수도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었다. 안 그래도 학생들에게도 완전히 반말을 하지 않는 정수가 희철에게만은 툭툭 짧은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학생들도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경 쓰고 말을 잘라먹지 않으려고 해도 익숙해서 그런지 자꾸만 자기도 모르게 말이 짧아졌다.
"선생님도 이 학교 나오셨다고 그랬죠."
"응, 그랬죠."
"진짜 선배였네. 내 선배."
규현은 종종 정수를 선배라고 불렀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을 졸업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그냥 애칭에 가까워 보였다.
"희철 쌤도?"
"네."
"징글징글하게 붙어 있었네요."
정수가 대답 대신 가볍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래 되기는 했다.
"그럼 같이 찍은 사진도 있어요?"
"음, 고등학교 땐 모르는 사이였어서…."
"아 진짜요? 왠지 엄청 눈에 띄는 사람이었을 것 같은데. 특히 희철 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딱히 튀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사람 자체가 눈에 띄니까요. 얼굴은 알았지만 가깝게 지내는 건 아니었어요."
"졸업 앨범 같은 건 있겠네요."
"그러게요. 나도 제대로 찾아 본 적은 없는데."
"여기 자료실에 예전 앨범들 다 있지 않나? 한 번 찾아 볼까요?"
규현은 갑작스럽게 정리하던 서류들을 내려놓고 책꽂이를 훑었다. 선배가 몇 회 졸업생이라고 했죠? 묻는 말에 정수도 일어나 책장을 함께 살폈다.
"아, 여기 있다."
두 사람이 졸업한 해의 앨범을 찾아 먼지를 털어내고 있을 즈음 자료실 문이 열렸다.
"뭐 하냐?"
"아, 규현 쌤이 졸업 앨범 궁금하다고 하셔서요. 희철 쌤도 졸업 앨범 본 지 오래 됐죠. 같이 볼 래요?"
신기하게도 희철은 정수가 있는 곳을 잘 찾아 왔다. 어디에 있다고 따로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상담실이면 상담실, 자료실이면 자료실을 정확하게 찾아 왔다. 그다지 헤매지도 않고 그냥 여기 있을 것 같아서 오면 있는 거라고 했다. 자료실 문을 닫고 들어온 희철이 정수의 옆자리에 앉아 익숙하게 어깨에 팔을 둘렀다.
졸업 앨범은 평범했다. 거의 20년 전 사진답게 헤어 스타일이며 옷 입은 모양새 같은 것들이 촌스러운 구석이 많았지만 얼굴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졸업 앨범 위로 모여든 머리들이 사진을 한 장 한 장 구경했다. 교복을 갖춰 입고 찍은 독사진부터 삼삼오오 모여 찍은 각 반의 단체 사진. 규현이 입었던 것과 똑같은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들이 신기했다. 촌스러운 머리를 한 정수가 두 사람의 놀림에 창피해하면서도 그때는 그게 유행이었다며 나름 귀엽지 않냐고 눈을 깜박였다. 다른 반의 희철은 교복을 대충 입고 있긴 했지만 머리나 사진 포즈는 무난했다. 오히려 정수보다도 평범한 모습이었다.
"쌤 이때부터 인기 많았죠."
희철은 부정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미술을 하는 잘생긴 고등학생은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먹히는 법이었다.
그렇게 각 반의 사진을 넘겨 가며 구경 하다 보니 운동회나 축제 같은 행사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희철은 그다지 튀는 행동을 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학교 축제에서 무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사진이 몇 장 찍혀 있었다. 까만 교복 자켓을 입은 10대의 희철이 마이크 앞에 서있었다. 무대 아래에서 학생들 사이에 둘러 싸인 사진도 있었다. 보통은 잘 실리지 않을 법한 장면인데 희철의 외모가 눈에 띄는 편이라 사진이 찍힌 모양이었다. 흐릿하게 찍힌 주변의 얼굴들을 훑어보던 희철의 시선이 한 군데에 멈췄다.
"어, 이거 박정수 너 아니냐?"
길쭉한 손가락이 사진 어딘가를 턱 짚었다. 희철은 사진을 제대로 보기 위해 허리까지 숙여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규현과 정수도 희철이 말한 자리를 다시 쳐다 봤다.
"맞네~ 와, 존나 웃긴다. 어떻게 이렇게 같이 찍힌 사진이 있냐."
선명하게 찍힌 희철의 얼굴 뒤쪽에 이목구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모르던 사이였고 같은 반이 된 적도 없었으니 당연히 같이 찍힌 사진은 한 장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딱히 졸업 앨범을 열어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지금껏 몰랐다. 정수는 희철 주변의 무리에 모인 게 아니라 마침 지나가던 타이밍이었는지 고개가 돌아가다 만 채로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사진이 찍히는지도 몰랐던 탓에 표정이 웃겼다. 본인의 얼굴이 맞다는 걸 확인한 정수가 희철의 정제되지 않은 말투를 타박하는 것도 잊고 손바닥으로 사진을 가렸다.
"이게 뭐야…. 이거 나 아니야,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존나 맞네."
"야 너 뭐 하려고 그러는데……."
희철이 애써 앨범을 가린 정수의 손을 밀어내고 휴대폰을 들이댔다. 정수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으나 희철의 손에 손목이 잡혀 버둥거릴 뿐이었다.
"규 쌤, 박정수 좀 잡아 봐요. 내가 밥 살게!"
"저 조규현이거든요…."
규현이 귀찮아 하면서도 정수의 팔을 붙들었다. 딱히 희철의 밥을 얻어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상황이 조금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정수가 그 정도로 파닥파닥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규현이 보기에도 좀 우습게 찍힌 사진이긴 했지만 벌써 20년 전의 일인데 그렇게까지 창피할 상황인가 싶었다. 항상 단정하고 차분하던 국어 선생님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동료 선생으로서도, 그의 제자로서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아 진짜 김희철!!"
"존나 웃기다. 이걸 어떻게 발견했지?"
"희철아아…."
규현의 팔이 정수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사이 희철은 졸업앨범 구석에 걸려 있는 정수 부분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갔다. 찰칵 찰칵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정수가 버둥거리며 희철을 불렀다. 짜증내고 혼내는 것 같았다가, 타이르는 것 같았다가 애원하는 것 같아지기도 했다.
"규현 쌤한테 더 좋은 걸로 딜을 걸어야지 하여간 박정수 요령 없다."
희철이 신나게 웃으며 흐릿한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에까지 걸었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사진을 배경에 걸어놓고 만족스러운듯 웃었다.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가 얄밉게 들렸다. 한참을 몸부림치던 정수가 규현의 팔 안에서 지쳐 늘어져 웅얼거렸다.
"너 진짜…. 내가 잘못 찍힌 사진 같은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잘 나오기만 했구만 뭘. 야 예뻐 예뻐!"
"이상하니까 너 그렇게 웃는 거잖아!"
정수는 자신이 규현의 어깨에 기대듯 앉아 있다는 것도 모르고 투덜거렸다. 희철이 웃으며 그 앞에 다가와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진짜 예뻐서 그렇다니까."
손바닥으로 뺨을 감싼 희철이 얼굴을 끌어당겨 짧게 키스했다. 힘이 빠진 채 늘어져 있던 정수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려 익숙하게 받아 주었다. 혼이 쏙 빠지게 투덜거리다가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마치 희철에게 자꾸만 반말이 튀어 나오는 것처럼. 싱글싱글 웃은 희철이 손가락으로 뺨을 톡톡 건드리고 손을 떼어냈다.
"규 쌤! 고마워요, 다음에 진짜 밥 살게!"
"조규현이라니까요…."
끝까지 규현을 가운데 글자로 부른 희철이 손 키스를 뿅뿅 날리고 자료실을 떠났다.
"쌤들. 저 직장 동료이자 전 제자거든요? 제 기분 좀 생각해주시겠어요?"
"아…. 미안. 진짜 다른 데서는 안 이러는데…."
"미안하면 다음에 데이트나 해주세요."
규현이 제 어깨에 기대 앉은 정수에게 투덜거렸다. 정수는 그제야 몸을 떼어내며 눈썹을 늘어트렸다. 이 소동 속에 규현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 창피해졌다.
"데이트요?"
"네, 저랑 영화 보러 가요."
테이블 위에 넓게 늘어져 있던 서류들을 탁탁 모아 정리한 규현이 아무 것도 아닌 말을 하듯 이야기했다.
"희철 쌤도 이 정도는 이해하시겠죠. 본인이 자초한 일인데."
"그게 아니라…."
"아니면 밥 안 사줘도 되니까 퉁치라고 하죠 뭐."
"그러려고 희철 쌤 말 들어준 거에요?"
정수가 상담실 테이블에 늘어지듯 엎드렸다. 희철과 투닥거리는 바람에 힘이 다 빠져서 더 뭐라고 할 기운이 없었다. 규현이 의자를 밀고 일어서며 동그란 뒷머리를 덮듯이 만지고 손을 떼어냈다.
"그건 아니지만, 일단 온 기회는 놓치지 말자는 주의라."
박정수는 이상한 애였다. 이건 엄청 많이 순화한 표현인 거고…. 솔직히 희철은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다. 존나 이상한 새끼라고.
예보에 없던 비가 오는 날이었다. 우산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빗줄기는 굵지 않았지만 추적추적 날씨가 우울했다. 조금 기다리면 그치려나. 희철은 차라리 비가 멎어들 때까지 기다리다 가려고 안 쓰는 시청각 자료실에 처박혀 있었다. 자료실 안에는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가 잔뜩 꽂혀 있었다. 지금은 안 쓰는 물건들이라서 먼지가 켜켜이 두껍게 덮여 있었다. 희철은 대충 구석의 먼지를 털어내고서 그곳에서 시간을 죽였다. 휴대폰으로 폭탄이 뿅뿅 터지는 게임을 하다가 잠깐 졸았다. 눈을 뜨니 하교 시간이 지나고도 두어 시간 쯤 되었을 것 같았다. 야자가 없는 날이라 아홉 시 쯤 되었던 것 같다. 희철은 자료실 문을 잠그고 나왔다. 비는 몇 시간 전보다 잦아들긴 했지만 완전히 그치지는 않고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게 최선이려나. 희철은 느릿하게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가 어둑해서 시야가 어른어른했다. 당연히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학생들은 이미 몇 시간 전에 하교를 마쳤을 것이다. 희철은 물건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가방을 챙기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제 몫의 빨간 컨버스화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희철은 당황했다. 이런 괴롭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희철은 그런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설마. 희철은 황당해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실 안팎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에 보였다. 아무도 없는 텅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던 둥그런 뒷모습과, 그 아래 빨간 운동화. 희철이 그것이 자신의 신발이라고 확신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비를 피하겠다고 자켓을 뒤집어 쓴 그는 품에 하얀 운동화 한 켤레를 꼭 안고 있었다. 멀어지는 중이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새 것 같지는 않았다. 비 오는 날 제 신발을 신고 젖은 바닥을 밟고 싶지가 않아 남아 있던 신발이 주인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신고 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그러나 희철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실 앞 신발장에는 각자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번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서 어떤 신발이 누구의 것인지 전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만만한 사람의 신발이 자주 사라지는 것이었다. 희철은 정말로, 그런 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운동장을 가로질러 멀어지고 있는 뒷모습은 그것이 희철의 신발인 것을 알고도 신고 간 것이었다.
희철은 그의 이름을 알았다. 박정수. 반의 반장이라 선생님들과도 잘 지내고, 눈에 띄는 일이 많은 녀석이었다. 희철과 별다른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희철은 정말 딱 학교를 '다니기만' 하는 학생이었다. 생활기록부라던가 수행평가, 교내 대회 같은 것들은 관심도 없었다. 정수가 희철의 눈에 띄는 것은 주로 그런 타이밍이었다. 교내 대회에서 무슨 수상을 했다거나, 발표를 위해 교탁 앞에 선 모습이라거나, 생활기록부에 적힌 내용에 오류가 있다며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따위. 기억은 듬성듬성 정확하지 않았다. 되게 열심히 사나 보네. 그 정도의 감상이 전부일 뿐. 희철에겐 관심 밖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겨우 그 정도의 거리에 있던 존재가 인식되는 사건이 제 신발을 신고 가는 뒷모습이라니. 희철은 정말 말도 안 되고, 이상하고, 조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박정수는 지극히 모범생의 전형 같은 학생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학교 생활의 모든 기준이 성적에 맞춰져 있는 종류의 인간. 이렇든 저렇든 시큰둥한 희철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타인의 물건을, 그것도 성질이 까다로워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희철의 신발을 허락도 구하지 않고 신고 갔다는 것은 어쩐지 평소의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를 밍밍하고 재미없는 일식집 우동 국물 정도로 생각하던 희철은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품에 안고 가던 하얀 운동화가 퍽이나 소중했나 보네.
다음 날에도 희철의 신발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어제 네가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다고 바로 정확하게 따져 물었을 텐데 희철은 그러지 않았다. 이상한 흥미가 동한 탓이다. 얌전하고 재미없고, 착하기만 한 것 같던 얼굴이 제 신발을 가져간 범인이라니. 그 다음엔 어떻게 나올지가 좀 궁금해졌다.
그리고서 희철의 빨간 컨버스화가 돌아오게 된 것은 며칠 지나서였다. 정확하게는 신발장이 아니라 희철의 책상 옆 가방걸이에, 종이 봉투에 담긴 채로. 자주 신고 다녀서 때가 탔던 신발은 새빨간 색으로 쨍하게 되살아나 있었다. 아침에 등교해 제 책상에 걸린 종이 봉투를 본 희철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몰래 가져간 신발을 세탁해서 건조시키는 시간 때문에 바로 돌려주지 못했던 모양이다. 종이 봉투 안에서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달달하고 향긋한 종류의 향이 아니라 깔끔하고 담백한 코튼 향이었다. 향에 민감한 희철에게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향이었다. 깨끗해진 운동화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고도 종이 봉투 안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희철은 종이 봉투를 뒤집었다. 그 안에는 색색의 초콜렛 한 주먹이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이건 또 뭐야. 희철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몰래 가져간 거 미안하다고 챙겨 넣은 건가? 참… 쓸데없이 성실한 도둑이네. 희철은 단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하나를 까먹었다. 달달한 초콜렛 안에 쫀득한 캐러멜이 녹아내렸다. 다른 것들은 아몬드가 들어 있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코팅이 되어 있기도 하고, 종류가 다양하기도 했다. 희철에게는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단 맛이었지만 희철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대신 다시 담아서 그대로 사물함에 넣어 두었다. 자신의 신발을 도둑 맞고 얻은 전리품이니 다른 사람에게 주기는 억울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며.
희철의 빨간 컨버스화에서는 그 후로 오랫동안 깔끔하고 부드러운 코튼 향과 달콤한 초콜렛 향기가 섞여 났다. 희철은 여전히 별다른 교류가 없는 정수의 단정한 옆 얼굴을 볼 때마다 코끝에 그 향기가 스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
멱살이 잡힌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희철은 비록 학업에 관심 없고 설렁설렁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지만 싸움을 하지는 않았다. 딱히 그럴 듯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귀찮은 게 싫기 때문이었다. 다치는 것도 아픈 것도 싫었다. 괜한 일로 교무실에 불려가 잔소리를 듣는 것은 더더욱. 희철의 부모님은 다정한 분들이셨고, 아버지는 애정표현이 많지는 않으셨지만 희철에게 매 한 번 들지 않으셨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힌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희철은 눈을 찌푸리며 제 멱살을 쥐고 있는 손을 움켜쥐었다. 커다란 손이 힘주어 말린 주먹을 가득 덮었다.
"재수없는 걸 재수없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멱살이 잡힌 쪽은 희철이었으나 그는 삐뚤어진 웃음을 얼굴에 걸고서 말했다. 상황의 열위에 놓인 사람 같지 않은 태도가 여유로웠다.
"그럼 모든 사람들이 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냐?"
시발, 웃기지도 않아…. 희철은 힘이 잔뜩 들어간 주먹에 얻어 맞아 피가 고인 침을 퉤 뱉어내며 말했다. 샌님처럼 생겨서는 주먹이 제법 아팠다. 하긴 점심 시간에는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는 것을 몇 번 보기는 했다. 체육 시간에도 흥미 없이 그늘 아래 계단에 앉아 있는 희철과 다르게 열심히 뛰어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도 처음의 이미지 때문인지 마냥 펜만 쥐고 살 것 같은 애란 느낌이 있었다. 어쨌든 희철은 여전히 멱살이 잡힌 채로 얼얼한 자리를 문질렀다.
희철과 정수는 운동화 사건이 있고도 한참 동안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 반장인 정수가 희철에게 와서 몇 번 가정통신문 걷어야 해, 물리 수행평가 점심 시간까지 제출해, 따위의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다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날이 있었다.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공 하나를 던져주고 사라지자 땀을 흘리기 싫었던 희철은 체육 창고 뒤 벤치에서 시간을 죽일 생각이었다. 한 10분 쯤 눈을 감고 있었을 때 부스럭 마른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 어차피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상대가 누구든 볼일을 마치면 다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오래 머무는 기척에 귀찮은 눈을 들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았을 때 보인 것은 불이 붙은 담배를 들고 있는 반장이었다. 희철은 자신이 잠결에 헛것을 보기라도 하나 싶었다. 확실히 처음으로 각인된 이미지가 이상한 놈이란 생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하면 안 될 짓을 숨어서 하고 있는 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나름대로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숨어 있는 것일 텐데 그걸 목격하게 된 것이 왜 하필 자신인지. 그런 걸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희철은 그 상황이 꽤나 당황스럽고 곤란했다. 그러나 정수는 희철보다도 더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 좀 재수없는 스타일이구나.
딱히 악의는 없는 말이었다. 네 '존재'가 재수 없다는 게 아니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행동'이 재수 없는 종류의 것이란 뜻이었다. 반듯하고 착실한 반장인 척 굴면서 뒤에서는 몰래 담배나 피우고 있다니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드는 상황이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첫 번째 감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상황을 대충 흘려 넘기려는 의도로 하는 말이기도 했다. 뭐… 듣는 당사자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겠지만.
-약간… 뒤로 호박씨 까는 편인가 보네.
정수는 그걸 견딜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희철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누군가에게 그런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당황해 굳어선 채로 미처 담배를 끄지도 못한 정수가 절망한 사람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얼굴에 표정이 떠올랐다 새하얗게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 이후로 정수는 희철이 불편하다는 내색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수행평가나 과제를 제출하라는 말도 부반장을 통해 전했고, 가끔 눈이 마주칠 때면 기분 나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고개를 돌렸다. 재수없다는 말을 들은 상대와 단 둘이 있으면 정말로 재수없게 굴게 될 것 같다는 듯 대놓고 피했다. 그러나 한 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끼리 완전하게 거리를 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사람이 없는 골목 틈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쥐고 있던 정수는 하필이면 그 앞을 지나가던 희철과 눈이 마주치고 울컥하고 말았다. 또, 또 김희철이었다.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을 보게 되는 사람이 항상. 희철은 흘끗 시선을 돌렸다가 짐짓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 버렸지만 이상하게 그게 더 기분나빴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돌아간 시선이 꼭 그때처럼 '너 좀 재수없구나.'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던져 끄고 일어난 정수는 답지 않게 먼저 주먹질을 해버리고 말았다.
"…나한테서 관심 좀 끄지 그래."
"시발, 누가 보면 내가 널 열렬히 사랑하기라도 하는 줄 알겠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누구 하나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정수는 희철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 붙인 채로 씩씩거렸다. 교실 안에서는 늘 미온으로 가라앉아 있던 얼굴이 화르륵 열을 올렸다. 희철은 멱살을 잡은 손을 밀어내며 그 얼굴을 내려다봤다. 전교생을 통틀어 이 얼굴을 본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짜릿한 것 같기도 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꼴 마주치게 되는 건 나도 존나 짜증나거든? 우연도 뭐 이런 우연이 다 있어…."
"우연……."
"그래, 시발. 누군 뭐 네 재수없는 성격 알고 싶었는 줄 아냐."
"자꾸 재수없다고 하지 마. 진짜 재수없으니까."
정수가 분하다는 듯 일갈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랬다. 타인에게서 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견딜 수 없다는 듯 진저리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희철의 생각이 달라질 리 없었다. 그래봐야 한 사람일 뿐인 제 시선을 왜 그렇게까지 신경쓰는지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친 희철이 말했고, 결국 정수는 더 참지 못하고 주먹을 뻗어 버렸다. ㅡ재수없는 걸 재수없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두 사람은 딱히 싸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수업 종이 치고 조금 지난 시간에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가 각자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둘이서 싸운 꼴이었다. 교실 안이 웅성웅성해졌다. 김희철이랑 박정수? 두 사람이 왜? 다들 그 이야기를 떠들고 싶어 보였다. 5교시 수업을 하고 있던 국어 선생님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S 고등학교의 유일한 30대인 미술 과목의 김 선생님과 국어 담당 박 선생님은 유난히 희철과 정수에게 마음이 쓰였다. 자존심을 세우고 엇나가며 부딪히는 두 사람이 본인들의 어릴 때 같았기 때문이다. 수업하는 내내 상처를 매단 얼굴을 흘긋거리던 박 선생은 두 사람을 슬쩍 등나무 아래로 불렀다. 복도에서 마주친 김 선생이 따라 나와 함께 등나무 아래에 앉았다.
"이거 먹어."
어색하게 웃은 박 선생이 두 사람에게 바나나우유와 초코우유를 하나씩 들려준다. 입을 꾹 다물고 앉아 플라스틱 케이스만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더니 직접 빨대까지 콕콕 꽂아 주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빨대를 물었다.
"너네 또 싸웠냐?"
물감이 묻은 앞치마를 그대로 입은 채로 따라나온 김 선생이 가볍게 물었다. 정수는 눈만 내리깐 채 대답 없이 초코우유만 쪽쪽 빨고 있었고, 희철은 바나나우유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단 맛에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가 손에 들고만 있었다. 입에 안 맞아서 투덜거리고 싶은데 앞에 선생님들이 계시기도 했고, 어쨌거나 더 싸우겠단 의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내리깐 눈만 굴리고 있었다.
"안 그렇게 생겨서는 은근 다툼이 잦네 이 새끼들…. 그렇다고 다른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건 또 아니고. 왜 맨날 둘이서만 싸워, 둘이 뭐 있냐?"
"……."
"알고 보니까 사랑 싸움 아니야, 이 자식들?"
김 선생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너무 뻣뻣하게 굳어 있는 것 같아 분위기 좀 풀어보자고 한 말이었는데 앞에 앉아 있던 녀석들이 동시에 눈을 치뜬다. 꼭 길고양이 두 마리 같다. 안 어울리게도. 요즘 다툼이 잦기는 했어도 선생님들께 싸가지 없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던 아이들이 제법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장난으로 던진 제 말이 무척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김 선생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거 봐라, 그렇게 무섭게 노려 본다는 거냐? 정수 너까지?"
열일곱의 매서운 시선이라고 해봐야 서른일곱의 여유에는 비할 바가 못 됐다. 김 선생은 아랑곳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그런 말이 있지 아마."
정수는 빈 플라스틱 통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미술 선생님은 늘 가벼운 듯하면서도 예리하게 정곡을 파고 들어서 국어 선생님보다 대하기가 어려웠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들어가라. 수업 시작하겠네. 웃으며 등을 두드려주자 대답없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일어선다. 어차피 가는 방향이 같으면서도 절대 나란히 서지 않고 앞뒤로 조금 떨어져 걷는 뒷모습을 보니 역시 자신들의 어릴 때가 생각난다. 다음 시간 수업이 없는 선생님들은 나란히 등나무 아래에 앉아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조금 닮은 웃음 소리가 다정히 섞여들었다.
"근데 저거 오랜만에 본다. 뚱바?"
"그치. 매점 가니까 있더라고. 나도 학교 다닐 때 자주 사먹었던 것 같은데."
"집에 갈 때 몇 개 사갈까?"
"으음…. 아냐. 저거 모양 애매해서 냉장고에 정리할 때 안 예쁘잖아."
*
타인의 평가가 중요한 사람은 곧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이다. 누군가 자신을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평가에 맞춰 행동하고, 누군가 자신을 제멋대로 엉망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평가에 맞춰 굴고 싶어진다. 그래서 정수는 자신을 이상하고 재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김희철을 볼 때마다 행동이 정제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튀어 나갔다. 먼저 손을 올리고, 험한 말을 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어긋난 톱니처럼 삐그덕거리고 자꾸만 부딪혔다. 모든 건 어설픈 우연 때문이었다. 왜 번번이 김희철인 건지.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도,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 만나게 되는 것도. 가벼운 접점 하나 없던 김희철은 어느 순간 박정수의 여과되지 않은 모습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김희철은 박정수가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감상에 확신을 더해갔고, 박정수는 그 평가에 부응하듯 김희철의 앞에서는 유일하게 착실하고 반듯한 모범생 껍데기를 벗었다.
그러나 김희철이 박정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박정수 역시 김희철을 재수없다고 느꼈다. 그건 자신의 평가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를 알아갈수록 당연한 흐름이기도 했다. 김희철은 정말로 유별난 사람이었으니까.
뾰족한 마찰음이 울렸다. 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수는 커다란 손바닥에 얻어 맞은 뺨을 붙잡고 흐트러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일 잘 한다고 예뻐해줬더니 이 지경을 만들어 놓으면 어떡하니??"
정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물리 과목의 송 선생은 원래도 히스테리가 잦았다. 가만히 있던 학생을 붙잡아 트집 잡고 근거 없는 징계를 주기도 해서 다들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지 복도를 까랑까랑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죄송합니다."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하던가! 왜 멍청하게 대답만 잘 해놓고 나까지 곤란하게 만들어."
정수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대답을 했다. 반장인데다 뭐든 부지런히 열심히 하는 정수에게 일을 시키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송 선생은 그 중에서도 자기 일을 가장 많이 떠넘기는 사람이었다. 네가 선생님보다 나으니까 이것도 좀 해줘라. 응? 그렇게 말하며 학생이 하기 곤란한 중요한 일들까지 시키곤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며칠 작업하던 문서가 꼬이는 오류가 발생한 모양이다. 그 덕에 이전에 해놓았던 일까지 전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원래 본인이 할 일도 아닌 것을 돕다가 실수한 건데, 그렇게 쥐 잡듯이 잡는 건 너무하지 않나?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행여 그 불똥이 자기에게 튈 새라 누구 하나 끼어들어 말리지 못했다. 한참 언성을 높이던 송 선생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한 번 더 손을 들어 올렸다. 정수는 그게 제게로 날아올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도 못하고 눈만 질끈 감았다. 그러나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들리는 것은 황당함이 묻은 송 선생의 목소리였다.
"넌 또 뭐야?"
송 선생과 정수의 사이로 끼어든 희철이 그 손을 대신 맞아냈다. 정수가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누구라도 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혀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희철이 왜?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정수가 눈을 깜박이며 제 앞에 선 등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송 선생의 히스테리를 받아낼 때보다도 더 황당했다. 그러나 상황이 파악되기도 전에 희철은 맞은 자리를 문지르며 그 앞을 완전하게 막아서고 있었다. 잘못 빗겨 맞은 손 탓에 터진 입술에서 붉은 피가 왈칵 번졌다. 찢어진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입 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
"불합리하잖아요."
"뭐??"
"그거 원래 얘가 할 일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고맙다고 할 상황 아닌가."
희철은 원래 선생님들께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편이 아니었다. 착실하지는 않아도 나쁘게 굴지는 않는 학생이었다. 그런 희철이 굳이 선생과 반장 사이를 막아서자 복도는 더욱 웅성웅성해졌다.
"어디다 대고 따박따박 말대꾸야?! 싸가지 없게."
"말대꾸가 아니라, 옳은 말 하는 건데요."
"뭐 이 새끼야??"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던 정수와는 달리 눈을 똑바로 뜨고 제 할 말을 다 하는 희철을 마주하자 당황한 송 선생이 한 번 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희철은 이번에는 그것을 순순히 맞지 않고 팔을 잡아 막아 냈다.
"그만 하시죠."
열일곱의 고등학생이 정년 퇴직을 앞둔 사람의 주먹을 막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다들 구태여 그러지 않을 뿐이지, 정말로 피할 수 없어 맞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희철은 박정수의 잘못도 아니고 제 잘못은 더더욱 아닌 일로 억울하게 맞을 생각이 없었다.
"학생 상대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학생이 부하 직원도 아니고, 일 잘한다고 예뻐할 건 또 뭔지. 희철의 투덜거림에 귓가를 스치자 송 선생의 얼굴이 욹그락푸르락해졌다. 삿대질을 하며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라서 희철은 등 뒤의 정수를 물리며 한 걸음 피해 서야 했다. 정수가 자기도 모르게 물러서며 희철의 셔츠를 붙잡았다. 그대로 있다가는 몇 대 더 얻어 맞을 판이었다. 다행히 수업 종이 칠 때가 되어 가자 다음 시간 수업을 위해 이동하던 다른 선생님들도 그 주변을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1학년 복도를 지나던 미술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어이구, 송 선생님 왜 그러세요…."
"사람도 많은데 그만 진정하세요, 선생님. 네?"
아이들뿐일 때에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언성을 높이던 송 선생이 그나마 기세를 가라앉혔다. 한시름 놓은 희철이 귀찮다는 듯한 얼굴로 돌아봤을 때에 입가에 선명하게 맺힌 핏자국이 보였다. 정수는 눈을 깜박이며 송 선생과 희철을 번갈아 쳐다봤다. 여전히 상황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너희도 얼른 보건실 가서 약 바르고. 응?"
미술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이 막아준 덕분에 겨우 그 자리를 빠져 나온 두 사람은 나란히 보건실에 들어갔다. 어쩐지 최근에 보건실 단골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을 보고 보건 선생님이 또 싸웠냐는 듯한 얼굴을 했다. 정수는 어쩐지 홧홧한 얼굴을 푹 숙이며 웅얼거렸다.
"…이번에는 아니에요."
나란히 한 대씩 맞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맞아 뺨이 붉어진 정수와는 다르게 빗겨맞은 희철은 입술이 찢어져 상태가 더 심해 보였다. 소독약을 묻힌 면봉으로 입가를 건드릴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졌다. 정수는 제가 다 아픈 느낌에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물론 제대로 얻어 맞은 정수는 뼈까지 얼얼해서 멍이 빠질 때까지 하얀 거즈를 커다랗게 붙이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한 사람은 찢어진 입가에 피가 맺혀 있고 한 사람은 뺨 한 쪽을 다 덮을 만큼 커다란 거즈를 붙인 꼴이 볼만 했다. 정말로 제대로 한 판 싸운 사람들 같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둘이 싸운 게 아니었는데. 오히려…….
"멍 좀 빠진 것 같으면 밴드 붙이고. 알았지?"
"네."
"저도 밴드 몇 개 챙겨 주세요."
보건 선생님이 정수의 뺨에 하얀 밴드로 거즈를 고정시켜주며 당부했다. 한 걸음 옆에서 약이 묻은 입가를 만지작거리던 희철이 툭 말을 던졌다.
"너는 어차피 입가라서 밴드 붙여도 바로 떨어질걸? 그냥 약 바르고 덧나지 않게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정수는 그가 이상한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붙이지도 못할 밴드 욕심은 왜 부리는 건지. 그렇지만 별로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희철이 왜 갑자기 자신의 앞을 막아서 대신 얻어 맞은 건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이게 뭐야?"
그러나 그 밴드는 며칠 뒤 정수의 책상 위에 놓이게 됐다.
"몰라, 아까부터 있던데?"
"혹시 누가 가져다 놓은 건지 봤어?"
"아니. 내가 화장실 다녀 왔을 때부터 그렇게 있었어."
쉬는 시간에 교무실을 다녀온 정수의 책상 위에 알록달록한 밴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있던 짝궁도 출처를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정수가 그 밴드가 함께 보건실에서 받은 것이라고 확신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희철과 다툼이 잦아져 보건실을 갈 일이 많아진 정수가 우연히 보건 선생님의 개인 물건에서 캐릭터 밴드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그건 뭐에요? 정수가 흔치 않게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렇게 알록달록 귀여운 디자인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네가 애도 아니고 이런 걸 좋아하니? 보건 선생님은 놀리듯 말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캐릭터 밴드를 몇 개 더 구비해두셨다. 그리고 정수가 갈 때마다 기본 밴드가 아니라 캐릭터 밴드로 챙겨 주셨다. 그날도 희철과 정수에게 쥐여준 똑같은 캐릭터 밴드가 지금 정수의 뺨에 붙어 있었다.
본인이 사용하지도 못할 밴드를 굳이 욕심부린다 싶더니…. 애초에 제게 줄 생각이었던 건지. 뭐야, 걔?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다고? 선생님한테 얻어 맞을 때 막아서질 않나, 밴드를 챙겨 주질 않나. 정수가 책상 위의 밴드를 내려다 봤다. 희철과 자신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종류의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이상하고 재수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그래서 그 기대에 부응할 만큼 뾰족하게 굴었는데 이제 와서 이건 또 뭔지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뭘 하겠다는 건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다. 정수는 희철의 자리가 있는 방향을 돌아 보았다. 그가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있던 희철이 눈이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돌렸다.
뭐야, 재수없어….
https://twitter.com/SJ___vote/status/1269499915131969538?s=20
A : 너를 위해 죽을게
B : 너를 위해 누구든 죽일게
C : 너와 함께 살겠어
D : 너와 함께 죽겠어
배틀로얄처럼 당장 누군가한테 총을 겨눠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느와르물이나 일반 팬픽의 스토리 진행 중에 놓인 갈등 상황에서 어떠한 방향의 선택을 할 지를 가정한 듯
팀의 상황에서는 죽음=희생과 유사한 의미로 가정하고 생각함
※특총 기반 해석 주의
일단 희특은 (너를 위해 죽을게) × (너와 함께 살게) 라고 생각했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같이 있으면 돼' 박정수와 '민폐가 되면 안 되잖아요' 김희철.........
'나는 나 니는 니'를 외치던 김희철도 진짜 남한테 관심이 없다기 보단 니들이 뭐라든 나는 존나 상관이 없으니 니 인생이나 잘 살아라 하는... 허세에 의한 자기보호에 가깝다고 생각함. 게다가 '너'가 뭐든 죽고 살고를 결정하게 할 만한 대상이라면, 자기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대상에게는 가끔 호구 같을 정도로 구는 김희철의 성격상 오히려 머리 아픈 꼴 안 보고 자기가 희생해버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원하지 않는 희생이 될 수도 있다는 게...ㅠ 희특의 이 느낌이 잘 나타나는 게 샐리의 법칙인 듯
박정수는...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는 편 아닌가? 정말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자기가 희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함께 사는 법을 찾으려고 할 것 같음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
이런 성향 때문에 레이블도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했음. 그치만 팀 상황에서의 박정수는 확실히 A와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 지는 것 같긴 하다. C에서 A로의 선회가 좀 더 빠를 것 같음. 팀 이름을 걸고 하던 라디오의 10주년을 지키겠다고 그 바쁘던 와중에 몇 달간 라디오DJ까지 했던 걸 보면...
근데 팬픽적으로는 A를 지켜보는 캐릭터도 되게 잘 어울리긴 함... 아무래도 김희철이 '너를 위해서라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쪽이라면 박정수는 너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 것 같은... 박정수에겐 특히나 '팀을 위한 희생'과 '너를 위한 죽음'의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희생과 죽음을 분리해서 생각했을 때의 차이도 클 것 같고. 너와 우리의 차이도 크고.
알페스 얘기 하려고 새 글 열었는데 다른 데에 과몰입 되는 것 같아서 대충 줄임..
D 려욱 - 처음에 골랐을 때 D가 하나도 없길래 좀 더 고른 분배를 위해 B에서 D로 옮긴 게 려욱이었음. 정수 형 짝사랑 하다가 안 되면 다 주겨 할 것 같은 작은 광공의 면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 죽으면 이특 죽여...
C는 차선이 있어야 하니까 모아서.
C 신동 - 내가 상대 때문에 죽게 되는 것도, 상대가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뭔가 방법을 찾아서 같이 사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진짜진짜 만약에 안 되면 본인이 희생할 것 같음. 따뜻한 커피가 좋은데 멤버들이 전부 아이스를 마시니까 그냥 따라간다는 것처럼...
C 은혁 - 그냥 같이 살자.. 에 가깝지 않을까? 안 되면 규현이처럼 지켜보게 되는 쪽일 것 같음.
C 규현 - 자기가 죽진 않을 것 같고 자기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 같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그냥 내가 희생할게" 하고 나서면 "그래도..ㅠㅠ" 하다가 따르게 될 것 같은? 확실히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엄청 싫어할 것 같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보려고 노력하다가 어쩔 수 없이 순응하게 될 것 같은... 신동이랑 비슷한 듯 다른 건 신동의 해결사 느낌 때문일까? 그리고 규현인 방법을 못 찾으면 상대의 희생을 지켜보게 될 것 같거든... 베르테르의 얼굴이 될 것 같거든...
규특 안의 규현이는 잘 모르겠다 나머지가 별로 아닌 것 같아서 C에 가까운 느낌..?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러시안룰렛 상황도 생각해보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하려는 건 욕심인 듯ㅋㅋㅋㅋ
암튼 재밌다 누가 계간 특총 열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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